[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는 한국의 디지털 정부 위상을 심각하게 흔든 대형 사고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던 전자정부가 기본 안전관리와 복구 체계의 부실로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주요 언론은 이번 사태를 인재(人災)로 규정하며, 백업과 이중화 미비, 정치·행정적 대응의 안일함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디지털 정부의 허상과 국민 불편
화재로 인해 정부24, 모바일 주민등록증, 무인민원발급기 등 647개 시스템이 멈추었고, 국민은 행정·금융·일상 전반에서 심각한 불편을 겪었다. OECD와 UN 평가에서 연속 상위권을 차지해온 K-디지털 정부의 위상이, 기본 안전조차 확보하지 못한 허상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문제점 진단
첫째, 이중화·백업 체계 미비이다. 2023년 전산망 장애 당시 정부는 이중화와 신속 복구를 약속했으나, 정작 백업 체계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재난복구 3시간 이내’라는 방침은 지켜지지 못했고, 국가 시스템의 3분의 1 이상이 대전센터에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둘째, 안전관리와 장비 노후이다. 배터리 사용 연한을 초과한 장비 관리 부실, 작업 과정 중 전원 차단을 소홀히 한 실수 등이 지적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본을 지키지 않은 인재라는 점에서 비판이 모아지고 있다.
셋째, 정치·행정 대응의 무기력이다. 야당은 장관 경질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여당은 책임 공방만 이어가는 사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책 대안
앞으로 정부는 세 가지 방향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실질적 이중 운영체계와 백업센터 조속 구축이다. 국가 데이터와 시스템은 물리적으로 분산 배치하고, 실시간 이중화·백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둘째, 기본 안전관리의 생활화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IT 인프라는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노후 설비는 전면 교체하며, 전문 인력을 상시 배치하여 기본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정책 책임성과 실효성 강화이다. 사고 이후 단순 복구와 책임 전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정하고 운영 책임자 실명제를 도입하여 제도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 정부의 위상은 화려한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본과 안전이 철저히 지켜질 때 완성된다. 이번 사고가 잊히기 전에 반복되는 허점을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은 진정한 디지털·AI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
▷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 국민대학교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