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데이팅 앱과 SNS·메신저를 무대로 한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 투자 권유·해외 배송비 청구·원격제어앱 설치 요구 등과 결합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범죄자들은 호감 표현과 일상 공유로 신뢰를 쌓은 뒤 텔레그램·WhatsApp 등 외부 메신저로 대화를 옮기게 하고, 가상자산·해외선물 투자에서 “수익 보장”을 약속하거나 통관 수수료·운송보험·병원비 등을 명목으로 즉시 송금을 요구한다. 실시간 영상통화를 회피하고 “관계가 발전하기 전까지 비밀을 지켜 달라”는 요구를 덧붙이는 수법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직장인 A씨(가명·34)는 데이팅 앱에서 알게 된 인물의 권유로 모의투자 사이트에 접속해 50만 원을 입금했다. 곧바로 ‘평가손익 +15%’가 찍힌 화면 캡처와 함께 “수수료만 내면 바로 출금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A씨가 100만 원, 300만 원으로 입금을 늘릴수록 계정 화면의 수익 숫자도 커졌다.
그러나 출금 버튼을 누를 때마다 계정 인증 비용과 국제 송금 수수료가 새로 등장해 추가 입금을 압박했고, 2주 만에 누적 피해가 수천만 원에 이르렀다. A씨가 영상통화를 요구하자 상대는 “회사 보안 정책상 불가하다”며 회피했다.
이 같은 수법은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이어진다. 오경미(54세, 가명)는 인스타에서 알게된 A씨에게 당한 피해로 힘든 시기를 회상하며 로맨스스팸은 너무 무서웠다고 말한다.
그는 상대가 ‘해외 파병 군인’ 신분을 내세워 “선물을 한국으로 보내려면 통관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이후 운송·보험료 등의 사유로 금액을 단계적으로 올렸다고 증언했다. 신뢰를 유도하려 제시된 군번·근무증 사진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조 이미지였으며, 영상통화를 요청하면 “기지 내 통신 보안”을 이유로 거절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원격제어앱을 악용한 피해도 늘고 있다. C씨(가명·29)는 텔레그램으로 “투자 앱 설치를 도와주겠다”는 안내를 받은 뒤 AnyDesk 설치와 화면 공유를 허용했다. 상대는 ‘보안 점검’과 ‘속도 최적화’를 명분으로 휴대전화 접근성·알림 접근 권한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했고, 금융인증서 재발급 알림이 뜬 직후 각종 소액결제가 줄줄이 승인됐다.
범죄자는 문자 인증 코드를 가로채 이체·결제에 이용했으며, 보안 앱을 삭제하고 알림을 차단해 피해자가 이상 징후를 뒤늦게 알아차리도록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빠른 애정 공세, 외부 메신저 유도, 영상통화 회피, “한 달 수익 20%” 같은 과도한 수익 보장 약속, 출금·통관·보험·세금 명목의 추가 수수료 요구 등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즉시 의심하고 대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분증 사진, OTP 화면, 보안카드 정보, 가상자산 지갑 주소, 기프트카드 바코드 등 민감 정보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유해서는 안 되며, TeamViewer·AnyDesk 등 원격제어 프로그램 설치 요구가 있을 때는 곧바로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금전이 오갔다면 거래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즉시 요청하고, 가상자산 전송이 포함됐다면 거래소 고객센터에 주소 동결을 문의해야 한다. 대화 기록, 상대 프로필과 링크, 입·출금 시도 내역, 설치 앱 목록과 문자 인증 메시지 등은 증거로 보존해 수사기관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 이어 경찰청 112(긴급)·182(상담)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118(사이버 상담)에 신속히 신고하는 절차가 권고된다.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신규 계정의 본인확인 강화, 반복 신고 계정의 신속 차단, ‘투자·송금 유도’ 키워드 탐지와 경고 배너 상시 노출, 외부 메신저 이동 유도 문구 감지 시 경고 팝업 제공 등 선제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메신저·이메일 서비스는 의심 링크·첨부파일을 탐지해 경고를 띄우고, 사용자가 손쉽게 ‘스팸·사기’로 분류·차단할 수 있도록 UI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진다.
디지털 범죄 분석가들은 로맨스 스캠을 “감정적 몰아붙이기를 통해 합리적 판단 능력을 약화시키는 전형적 사회공학 공격”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감정적인 대화가 시작되면 대화 속도를 늦추고, 실시간 영상통화와 신원 확인을 요구하며, 금전 요구가 등장하는 순간 즉시 중단하라”고 강조하면서 “지급정지와 주소 동결 등 초기 조치로 자금 흐름을 끊는 것이 2차 피해를 막는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