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에게 간단한 보고서 작성을 요청한 뒤, 결과물을 해독하고 수정하느라 오히려 두 배의 시간을 소요한 경험이 있는가?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조직에서 AI가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대와 달리 숨겨진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만 해도 생성형 AI 모델은 마치 마법과 같았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세련된 문장이 생성되며 즉각적인 생산성 향상을 약속하는 듯했다. 2025년 지금, AI 도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스탠포드 소셜 미디어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기업의 AI 활용도는 두 배로 증가했으며, 스스로를 'AI 주도 기업'이라 칭하는 곳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95%는 AI 도구 도입에 따른 측정 가능한 투자수익률(ROI)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한다.
이 간극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가 최근 심층 분석 기사에서 제시한 '워크슬롭(Workslop)'이다. 워크슬롭은 겉보기에는 정돈되어 있지만, 인간의 상당한 재작업을 요구하는 저품질의 AI 생성 콘텐츠를 의미한다. 시간을 절약하는 대신, 팀원들은 설익은 요약본을 풀어내고, 사실 오류를 바로잡으며, 비논리적인 문장을 재작성하는 데 보이지 않는 노력을 들이게 된다.
워크슬롭 현상의 원인은 첫째, AI 모델이 글의 '목적'이 아닌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AI는 훌륭한 글을 모방하는 데는 능하지만, 깊이 있는 통찰력을 결여한 문장을 조합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많은 기업이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품질 검증 절차 없이 직원들에게 AI 사용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부실한 입력이 부실한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다. HBR 기사의 한 공동 저자는 "사고 과정을 알고리즘에 위임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판단력을 외주화하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관리자들은 팀원들이 AI의 실수를 수습하느라 사기가 저하된다고 보고하며,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지식 근로자의 60%가 결함 있는 AI 초안을 수정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직접 작성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AI를 '마법사'가 아닌 '신입사원'처럼 다뤄야 한다. 생성된 결과물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고 논리를 강화하며, 인간적인 맥락을 추가하는 검토 프로토콜을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효과적인 프롬프트 설계에 대한 팀 교육이 필수적이다. 더 나은 입력이 더 정교한 결과물을 낳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AI 초안을 편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추적하고, 이를 통해 절약된 시간과 비교하여 실제 비용을 측정해야 한다.
AI는 신중하게 활용될 때 여전히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워크슬롭'의 문제를 외면한다면, 가장 강력한 생산성 도구는 가장 큰 숨겨진 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자동화의 흐름 속에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AI 활용 프로세스를 감사하며 명확한 품질 기준을 수립해야 할 때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단순한 사용자를 넘어 창조자이자 큐레이터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기술이 업무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