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전성기, 책장이 사라지는 시대의 불안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몇 초 만에 글을 쓰고, 논문을 요약하며, 복잡한 질문에도 빠르게 답을 내놓는다. 검색창보다 대화형 AI를 더 선호하는 세상에서 책의 존재는 위태로워 보인다.
실제로 서점의 매출은 하락세를 보이고, 도서관 이용률 역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위기의 순간에 책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단편적이고 속도감 있는 정보에 지친 사람들이 오히려 깊은 몰입과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독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피로와 인간 사고의 회복 장치로서의 독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으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현대인은 늘 디지털 피로에 시달린다. 끊임없이 알림이 울리고,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뇌를 분산시킨다. 집중력은 짧아지고, 사고는 얕아진다.
이때 독서는 인간에게 회복의 시간을 준다. 종이의 질감과 활자의 고요함은 뇌를 차분하게 만들며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즉각적이지만 금세 잊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책은 기억 속에 맥락을 남기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사고 구조를 강화한다.
독서가 만들어내는 깊은 사고와 뇌과학적 힘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지만, 창의적 사고와 의미 해석은 인간의 몫이다. 독서는 이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소설을 읽으며 인물의 심리를 추적할 때, 철학서를 탐독하며 문장의 의미를 풀어낼 때, 인간은 사고의 깊이를 확장한다.
특히 뇌과학적 연구는 독서의 효과를 명확히 입증한다. 책을 읽을 때 언어 처리 영역뿐 아니라 시각 피질, 전두엽,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까지 동시에 활성화된다. 이는 독서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상상력, 공감 능력, 문제 해결력을 모두 자극한다는 뜻이다. 또한 꾸준한 독서는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촉진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즉, 독서는 뇌를 종합적으로 훈련하는 인간 고유의 활동이다. AI가 빠르게 답을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이러한 뇌 단련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AI와 독서의 공존, 새로운 지식 생태계의 가능성
독서는 AI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AI와 책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요약·분류해 지식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독서는 그 자료를 깊게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의 지식인은 AI가 제공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책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AI 시대에 독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사고의 도구로 다시 빛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흡수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면, 독서는 여전히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로 남게 하는 최후의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