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23화 신문물, 셀프촬영 DAY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기억으로 바꾸는 힘, 사진

우리가 스스로 웃고 움직이며 만든 사진들이 더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제공]

 

가족사진의 새로운 시도

우리 가족에게는 매년 이어온 특별한 전통이 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가족사진을 찍는 일이다. 첫 결혼기념일이었던 1주년부터 올해 8주년까지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사진관을 찾았다. 조명 아래에서 단정히 차려입고, 조금은 긴장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그 과정은 늘 설렘과 묘한 떨림을 동시에 불러왔다. 쌓여 온 사진들은 부부의 발자취이자, 아들의 성장 기록이며, 시간이 남긴 가장 소중한 증거물이었다.

 

올해는 방식을 바꾸어 보았다. 전문가의 렌즈 대신 셀프촬영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티커사진의 업그레이드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예약 후 도착한 공간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깔끔하고 따뜻한 촬영실, 귀여운 인형과 다양한 소품, 순서를 안내하는 카탈로그까지 완벽했다. 처음에는 전문가 없이 셀프 리모컨을 들고 촬영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금세 긴장이 풀렸다. 아이는 소품을 만지며 신기한 듯 웃음을 터뜨렸고, 아내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올해 사진들은 더 이상 연출된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웃음과 진짜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기록의 힘과 가족의 가치

촬영 중 울려 퍼진 웃음소리는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리모컨 버튼이 눌릴 때마다 순간들이 화면 속에 저장되었다. 촬영이 끝난 뒤, 직접 사진을 골라 USB에 담는 과정은 셀프촬영만의 특별한 묘미였다. 그 파일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행복까지 담아낸 보물이었다. 전문가의 손길은 없었지만, 대신 가족끼리 만들어 낸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이 있었다. 이 경험은 기록이 단순한 데이터 저장을 넘어, 함께 웃고 나눈 시간의 증거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사진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붙잡고, 일상을 재발견하게 하며,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기억으로 바꾸는 힘을 지닌다.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순간을 쉽게 놓치곤 한다. 그러나 작은 클릭 한 번, 잠깐의 웃음, 짧은 포옹 속에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미루지 말고 기록하자

요즘은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는 진짜 중요한 순간들을 더 자주 미루고 있다. “나중에 더 좋은 카메라로 찍자”, “다음 기회에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하자”라는 말로 현재의 웃음을 뒤로 미룬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셀프촬영은 완벽한 장비나 전문 기술 없이도,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현재의 순간을 기록하며 감사하고 있는가. 소중한 기억을 ‘언젠가’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언젠가는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지금 눈앞의 행복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웃음을 붙잡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나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도 이렇게 해볼까?” 전문가의 손길로 연출된 완벽한 사진도 가치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 웃고 움직이며 만든 사진들이 더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앞으로의 결혼기념일도 셀프촬영으로 기록하려 한다. 완벽한 포즈나 조명은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 우리가 함께 웃었다는 사실이다. 그 웃음은 언젠가 시간이 흘러 사진을 다시 꺼내 볼 때, 오늘의 온기를 고스란히 전해 줄 것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09.22 20:54 수정 2025.09.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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