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 과일 상자가 문제가 되겠어?”
설 연휴를 앞두고 한 구청 직원이 거래처에서 받은 택배 상자를 열어본 순간, 표정이 굳었다. 커다란 과일 바구니에는 ‘₩200,000’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그는 ‘명절에는 30만 원까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명절 전후 30일 기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법에서 정한 기간은 설과 추석을 기준으로 명절 전 24일~후 5일(총 30일)이다. 2025년 추석은 9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가 해당한다. 그 바깥에서는 평상시 한도인 15만 원이 적용된다. 결국 이 선물은 위법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실제 사례 가운데는 이처럼 기간을 착각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명절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는 항변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같은 과일 바구니라도 날짜 하나 차이로 합법과 불법이 갈린다.

또 다른 사례는 기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도청 간부에게 굴비 세트를 보냈다. 가격은 25만 원으로 30만 원 이내였지만, 문제는 날짜였다. 추석 40일 전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돼, 명절 특례가 아닌 평상시 규정이 적용됐다. 평상시 농수산물 선물 한도는 15만 원이므로 위법이 된 것이다.
더 심각한 오해는 ‘품목’에서 발생한다. 명절 한도 상향은 농·축·수·임산물과 그 가공품에만 해당된다. 실제로 한 지방의회 의원이 지인으로부터 고급 화장품 세트를 받았다가 징계를 받았다. “30만 원까지 허용된다”고 생각했지만, 화장품은 해당 품목이 아니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상품권 역시 마찬가지다. 물품·용역 교환권은 선물로 볼 수 있지만, 금액형 상품권(백화점·지역상품권 등)은 아예 한도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수수 금지다.
나는 경찰 재직 시 감사실에서 근무하며 이런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다. “몰라서 받았다”, “다들 괜찮다더라”는 말이 반복되었지만, 법은 무지를 변명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명절 선물은 ‘정’을 나눈다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받은 순간 그 정이 오히려 신뢰를 무너뜨리는 시험대가 되곤 했다.
명절 선물 30만 원.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허용 범위가 늘었다’가 아니다. 오히려 더 이상 애매모호함이 없으니, 이제는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는 경고다. 기준은 명확해졌고, 의무도 분명해졌다. 나는 강의에서 늘 이렇게 강조한다. “진심은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선물은 오히려 상대를 곤란하게 할 수 있다.”
명절은 본래 가족과 이웃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정이 제도와 원칙을 넘어서는 순간, 선의는 불법이 되고 신뢰는 무너진다. 올해 명절 선물을 준비한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자. “이 선물이 법의 기준 안에 있는가? 이 선물이 혹시 상대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는가?” 그 짧은 질문 하나가 나와 상대, 그리고 사회 전체의 신뢰를 지켜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