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자란다
야간 근무를 하는 남편은 본능적으로 외로움과 불안을 더 크게 느낀다. 특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재혼으로 성장기를 보낸 경우라면 관계에 대한 기본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는 ‘애착 안정성(attachment security)’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성장 과정에서 안정된 양육 환경을 경험하지 못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관계 속에서 버려질 것 같은 두려움이 쉽게 활성화된다. 여기에 사업 실패 경험과 학력·경제적 열등감이 더해지면, 배우자의 행동을 실제보다 더 위협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즉, 아내가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40대 삼혼녀라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남편의 내면에서 “나는 또 버려질지 모른다”라는 오래된 두려움이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아내의 배경, 남편의 불안이 확대되는 이유
아내가 세 번째 결혼이라는 사실, 그리고 외모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남편의 불안을 쉽게 자극한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는 ‘투사(projection)’라는 방어기제와도 연결된다. 자신의 낮은 자존감이나 실패 경험이, 아내의 배경을 통해 더 크게 확대되어 보이는 것이다. “아내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실제 외도 가능성과 상관없이 불안을 증폭시킨다. 또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아내의 사회적 교류가 남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일 때, 남편은 그 차이를 ‘위험 신호’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아내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이 자기 내면의 불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정신건강적 개입: 불안을 다루는 다섯 가지 방법
첫째, 자기 인식 훈련. 남편은 “아내가 바람피울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불안의 재현인지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생각 기록지’ 작성법을 권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의심이 생겼는지 기록하면, 불안이 특정 상황과 감정에서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둘째, 부부 상담 활용.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부부상담소는 언어 통역을 지원하기도 한다. 제3자가 개입해 오해를 조율하면, 부부 간 방어적 태도가 줄고 신뢰를 회복하기 쉬워진다.
셋째,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의심이 강박처럼 반복되거나 수면 장애, 우울감이 동반된다면 약물 치료나 심리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결혼을 지키는 방법일 뿐 아니라, 남편 자신의 삶을 안정시키는 치료적 개입이다.
넷째, 대체 행동 찾기. 불안이 밀려올 때 술이나 추궁으로 표출하지 말고, 규칙적인 운동, 호흡법, 짧은 명상 같은 대체 행동을 습관화하면 자율신경계가 안정된다.
다섯째, 긍정적 자기 이미지 강화. “나는 실패한 남편이다”라는 자기 낙인을 “나는 노력하는 배우자다”로 재구성하는 인지행동치료적 접근은 장기적으로 부부 관계뿐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아내와의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대화법
첫째, 투명성 높이기. 남편이 느끼는 불안을 줄이려면, 아내와 일정·계획을 공유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는 통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서로 안심을 주는 장치여야 한다.
둘째, 감정 언어화. “너 또 누구 만난 거 아니야?” 대신 “오늘 밤에 혼자 있을 때 너무 외로웠어”라고 표현하면, 아내는 방어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다.
셋째, 문화적 다름 존중하기. 아내가 다른 문화권에서 형성한 인간관계를 위험으로 보지 말고, 서로에게 불편한 부분을 솔직히 이야기하며 중간 지점을 찾는다. 예를 들어, “남자 친구와의 식사는 불편하다, 대신 여성 친구들과의 만남은 이해한다”라는 식의 합의다.
넷째, 긍정 경험 쌓기. 신뢰는 말로만 회복되지 않는다. 작은 여행, 주말 식사 같이 긍정적인 경험을 축적할 때 불안은 완화되고, 의심은 줄어든다.
다섯째, 서로의 과거 인정하기. 아내의 세 번의 결혼, 남편의 재혼 가정이라는 과거는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함께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 역사다. 서로의 과거를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길로 존중할 때 진짜 신뢰가 자리 잡는다.
불안은 혼자 짊어지기에는 무겁다
야간 근무, 다문화, 재혼, 삼혼이라는 복잡한 조건이 겹치면 불신과 불안은 쉽게 증폭된다. 그러나 정신의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불안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내적 취약성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편이 자신의 불안을 인식하고, 상담과 치료를 통해 다루며, 아내와 건강한 대화 기술을 실천할 때 신뢰는 다시 세워질 수 있다. 부부는 서로의 과거와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