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안전판’ 사라진 청년안심주택, 제도 허점이 불러온 위기

청년주택 보증금도 안전하지 않다

 

청년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된 ‘청년안심주택’이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수천 가구의 임대주택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어, 세입자의 보증금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정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안심주택은 2016년 서울시가 도입한 제도로, 만 19~39세 청년층에게 역세권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지금까지 누적 공급 가구는 2만7,000호에 달하지만, 최근 일부 민간 사업자의 재무 악화로 제도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특별법상 지자체는 재무 건전성이 부족한 사업자를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재무자료 제출 의무가 없어 실질적인 검증은 불가능하다. 임대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는 등록을 거부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일부 부실 사업자는 시공사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공사 중단, 강제경매, 가압류 등의 사태로 이어졌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됐다. 보증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세입자는 사실상 보증금 전액을 날릴 위험에 처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 6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감정평가 방식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이전까지는 민간 감정평가사를 통해 감정가를 산정했지만, 이제는 HUG가 직접 감정을 발주하면서 평가 금액이 종전 대비 15~20% 낮아졌다. 이로 인해 담보비율(LTV)을 충족하지 못한 임대사업자들이 보증보험 갱신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내 보증보험 미가입 청년안심주택은 773가구에 달하며, 부산의 ‘희망더함주택’도 약 300가구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제도의 설계 자체에도 구조적 결함이 있다. 대부분의 사업이 토지신탁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준공 전까지는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법적 제약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입주자 모집 공고 단계에서부터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사업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법적 권한과 자료 제출 강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뒤늦게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으며, 감정평가 방식 변경에 따른 유예 조치와 함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사업성 보완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적률 상향과 인허가 간소화 같은 혜택을 누리는 사업인 만큼, 공공이 사업자 선정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재무 건전성이 확인된 사업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에 청년들에게 ‘안심’을 제공하겠다던 제도는 지금 그 이름값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을 미루는 사이, 수많은 청년 세입자의 보증금은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구조 개편 없이는 청년안심주택이 오히려 ‘위험주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의:010-9624-4400

작성 2025.09.15 09:42 수정 2025.09.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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