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고가 아파트와 지방 중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똘똘한 한 채’ 선호와 대출 규제가 겹치며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로 주택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KB부동산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4억 원을 웃돈 반면, 하위 20%는 1억 원 초반에 그쳤다. 가격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12.1배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배를 넘는 경우가 이례적이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12배 이상 격차가 일상화된 셈이다.
서울은 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달 32억6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초 27억여 원에서 반년 만에 약 19%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하위 20% 아파트는 4억9천만 원 수준에서 정체돼, 서울 내부에서도 고가·중저가 단지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 단지를 보면 양극화는 더욱 극명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 6월 72억 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 55억 원에서 반년 만에 17억 원이 올랐다. 반면 경북 김천의 한 중소형 단지(전용 82㎡)는 직거래 기준 3천만 원대에 거래됐으며, 일반 매매가도 7천만 원에 불과했다. 원베일리 한 채 가격으로 지방 아파트 100채 이상을 살 수 있는 기이한 시장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제한으로 수요는 '다수 보유'에서 '고가 단일주택 집중'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 시기 초저금리 환경과 분양가 상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겹치며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출 규제는 지속되고 있다. 6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 등으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반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고자산층은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 구조의 변화도 집값 양극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비수도권을 앞질렀으며, 최근엔 53%까지 확대됐다.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지방은 산업과 일자리가 줄고 주택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 증가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고 있으며, 청년층의 수도권 이탈이 이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은 높은 수요와 제한된 공급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지방은 인구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과 지방 하락세가 맞물리며 구조적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똘똘한 한 채’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과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유발해, 국가 균형발전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기로에 선 지금, 단순한 수요 억제나 규제 강화가 아닌, 수도권과 지방 간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할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