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대표 신축 아파트 단지인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 제주’가 사실상 전량 미분양 사태를 맞으며, 지방 중심의 악성 재고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에 위치한 해당 단지는 2023년 12월 준공을 마쳤지만, 전체 425가구 중 단 한 세대만 분양되며 424세대가 공매에 부쳐지게 됐다.
2023년 3월 분양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 위축 영향으로 청약률이 저조했고, 이후 당첨자의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주단은 결국 잔여 물량을 일괄 공매로 전환했다.
공매는 9월 8일부터 진행되며, 감정가는 약 3337억 원이지만 최저입찰가는 오히려 높은 4006억 원으로 설정됐다. 유찰 시 차수별로 5%씩 가격이 인하된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가격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져도 매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은 제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4월 대구 수성구에서도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288세대가 공매로 나왔으며, 수차례 유찰 끝에 입찰가는 1255억 원까지 하락했다. 해당 단지는 JB자산운용이 인수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한 뒤, 시장 회복 시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총 2만7057세대로, 1년 전보다 68.7% 증가했다. 이 중 지방 비중은 83.5%에 달해 미분양이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는 공사가 완료된 뒤에도 팔리지 않는 단지를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며 시장 부담 요인으로 지목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9월 4일부터 ‘안심환매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공정률 50% 이상인 지방 아파트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의 최대 50% 수준으로 매입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는 이후 할인 분양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1년 내 HUG에 재매입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2023년 4월부터 1주택자가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했고, 올해 3월부터는 LH를 통한 직접 매입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악성 미분양 물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수요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방에 한정해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까지 자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의: 010-962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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