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 나를 먼저 이해한다"… 삼성전자, '초개인화 AI 홈'으로 미래 주거 패러다임 제시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미리 예측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주택이 현실로 다가왔다. 삼성전자는 IFA 2025에서 ‘AI 홈: 미래 생활, 현재가 되다(AI Home: Future Living, Now)’라는 비전을 발표하며, 기존 스마트홈의 개념을 뛰어넘는 차세대 주거 환경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홈 기기 출하량은 2015년 2,000만 대 수준에서 2024년 3억 5,000만 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여러 기기를 각기 다른 앱으로 제어해야 하는 복잡성, 기기 간 연동성 부족, 보안 문제 등은 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어 왔다.
가트너(Gartner)는 이러한 한계로 인해 2025년까지 스마트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기술의 복잡함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편리함을 원해왔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AI 홈'은 세 가지 핵심 기술을 축으로 한다. 첫째, 비스포크(Bespoke) AI는 집안의 각종 센서가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생활 루틴을 생성한다. 둘째, 비전(Vision) AI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공간 내 사용자의 위치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명, 온도, 공기질 등을 선제적으로 제어한다. 마지막으로 갤럭시(Galaxy) AI는 수억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을 AI 시스템 학습에 활용하여, 2025년 말까지 4억 대 이상의 기기로 확장 적용될 예정이다.

이 기술들의 융합은 다음과 같은 일상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가 아침에 눈을 뜨면, 비전 AI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블라인드를 올린다. 비스포크 AI는 평소 사용자의 기상 시간과 외부 날씨를 분석해 커피 머신을 미리 작동시키고, 갤럭시 AI는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파악해 그날의 컨디션에 맞는 음악을 추천한다. 이 모든 과정이 사용자의 별도 명령 없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MIT 홈 오토메이션 연구원는 "지금까지의 기술이 사람에게 AI에 적응할 것을 요구했다면, 이번 비전은 AI가 진정으로 사람에게 맞춰지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 소비자 심리학자 역시 "기술이 사용자의 습관에 눈에 띄지 않게 녹아들 때 시장 수용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며, "소비자는 복잡한 기술이 아닌 편리한 경험을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내부 테스트 결과, 비전 AI의 재실 감지 정확도는 94%에 달하며, 사용자가 공간에 들어선 후 30초 이내에 조명과 온도를 최적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용자 테스트 그룹에서는 불필요한 조명과 냉난방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제어함으로써 평균 20%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보였다고 에너지 전문 매체 에너지워치(EnergyWatch)는 보도했다.

물론, 집이 사용자를 '지켜본다'는 개념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모든 개인 데이터는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술로 보호되며,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을 통해 외부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디지털 권리 전문 변호사 앨런 화이트는 "중앙화된 제어 시스템은 편리함을 주지만, 보안이 침해될 경우 모든 것이 무너지는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이제 단순한 명령에 반응하는 집을 넘어, 사용자의 필요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새로운 주거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삼성이 제시한 AI 홈이 가져올 편리함과 그 이면의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이제 소비자와 기술 기업 모두의 과제가 되었다. 기술이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수용하되, 데이터 주권과 투명한 안전장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