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1조 원을 넘어섰고, 피해자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피해 사례는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되며, 이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임대인의 신분을 위조하거나,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이 늘고 있어 세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고 열쇠를 받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하나의 주택에 복수의 세입자와 중복 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챙긴 후 잠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법인 명의 부동산을 임대 후 고의로 법인을 파산시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등기부등본 확인과 함께 임대인의 신분 확인을 필수로 강조한다. 주택의 실제 소유자가 맞는지, 혹은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 권리관계에 문제가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입자 다수가 이 절차를 ‘중개인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생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ARS 또는 정부24를 통해 집주인의 주민등록증 정보가 실제 등록된 정보와 일치하는지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RS의 경우 1382번으로 전화해 안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와 발급일자를 입력하면 ‘입력하신 내용은 등록된 내용과 일치합니다’는 음성 안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분실 신고된 신분증이거나 발급일자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없는 주민등록번호’, ‘발급일자 불일치’ 등의 메시지가 안내된다.
정부24 웹사이트를 통한 확인도 가능하다. 공동인증서 로그인 후 ‘서비스-사실/진위확인’ 메뉴에서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을 선택한 뒤 성명, 주민등록번호, 발급일자를 입력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절차를 통해 명의 도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생략한 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정부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운영과 함께 전세사기 의심거래를 사전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안심전세 앱’을 통해 부동산 소유 여부, 담보 설정 현황, 보증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법무부는 부동산 계약 전 등기부등본 열람을 의무화하고, 공인중개사의 고지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세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로는 ▲등기부등본 상 소유자와 계약자가 동일한지 확인 ▲임대인의 신분증 진위 확인 ▲집에 설정된 근저당이나 가압류 여부 확인 ▲보증 가입 여부 확인 등이 있다. 특히 등기부등본과 신분증상의 성명, 생년월일, 발급일자 등을 일일이 대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피해는 대부분 ‘몰라서 당했다’는 후회로 이어진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단 몇 분만 시간을 투자해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피할 수 있었던 경우가 태반이다. 계약 과정에서의 작은 의심과 검증이 수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패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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