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배움
어제 밤, 나는 우연히 김수영 시인의 산문집을 접하게 되었다. 「시여, 침을 뱉어라!」와 「반시론」이라는 제목은 처음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학창 시절 문학 교과서에서 김수영 시인의 이름을 분명히 배웠을 터인데, 왜 그때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나의 관심과 삶의 무게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그의 글을 제대로 읽고 배우게 된 시간은 분명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저항의 언어로 시대를 기록하다
김수영은 시대와 권력에 굴하지 않은 시인이었다. 자유를 향한 열망, 불의에 대한 분노,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목소리. 그의 시는 단순한 서정의 기록이 아니라 저항의 언어였다. 4·19 혁명 이후의 사회적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그는 시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절규를 동시에 노래했다. 「풀」에서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 풀”의 이미지는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민중의 상징이었다. 그의 시와 산문은 문학을 넘어서, 곧 삶의 태도를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나는 얼마나 진실을 말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김수영은 문학을 통해 끊임없이 시대와 맞섰지만, 우리 삶 속에서도 ‘작은 권력’ 앞에 쉽게 침묵하고 타협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회사에서, 인간관계에서, 혹은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 우리는 편의와 안정을 위해 고개를 숙이곤 한다. 김수영의 언어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의 삶 속에 비추어 본 김수영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또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김수영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준다. 나는 일상에서 사소한 글을 남기며 삶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글 속에도 분명 나의 가치와 태도가 녹아 있다. 비록 시인의 언어만큼 거세지 않더라도, 내가 쓰는 문장 하나하나가 나의 신념을 드러낸다. 김수영 시인처럼 거대한 사회적 부조리에 맞서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작은 거짓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
김수영의 삶을 되돌아보며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이 있다. “오늘의 우리는 어떤 자유를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진실을 말해야 할 순간, 나는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지금도, 권력의 크고 작은 억압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직장 내 권위주의, 차별적 시선, 사회적 불평등. 그것들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선택을 강요받는다. 김수영 시인의 문학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거울이다.
뒤늦게 읽은 김수영 시인의 글은 나에게 큰 다짐을 남겼다. 앞으로의 삶에서 나는 그처럼 온몸으로 진실을 밀어붙이고, 자유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싶다. 그것이 비록 작은 자리에서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나의 글과 삶 속에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진실을 담아내고 싶다. 시인 김수영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시여, 침을 뱉어라.” 그 목소리는 곧 우리 모두가 지녀야 할 용기와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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