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세사기 유형 중 하나인 ‘신탁사기’ 피해주택을 최초로 매입하면서, 제도 사각지대에 놓였던 세입자들에 대한 실질적 구제 사례가 처음 현실화됐다
국토교통부는 2일, 대구 북구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16호에 대해 매입 절차를 공식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당 주택은 신탁사기 피해주택 가운데 공공이 소유권을 이전받아 실제 매입까지 마무리한 첫 사례다.
신탁사기는 주택 신축을 위해 자금을 조달한 건물주가 해당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긴 뒤, 이를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보증금을 받은 뒤 이를 금융기관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수법으로 피해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계약이 신탁사 동의 없이 체결돼 법적으로 무효라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세입자는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없고, 강제집행에 저항할 수 있는 법적 지위도 부여받지 못한다. 그간 정부는 이와 같은 사기 피해 유형에 대해 법적 구제 수단이 마땅치 않아 실질적 보호가 어려웠다.
이번 LH의 직접 매입은 법 개정 전이라도 협의를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신탁사와 개별 협상을 거쳐 매입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조율한 뒤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된 ‘전세사기피해자 보호법’ 시행 이전에도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공공 매입이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유사 피해자들에게도 실질적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률에 따라, LH는 경매로 낙찰받은 피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최대 10년간 임대료 부담 없이 거주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거주 종료 시에는 낙찰 차익을 피해자의 보증금으로 환급해주는 구조가 마련돼, 사실상 피해자의 실손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8월 26일 기준, 피해자들로부터 접수된 매입 사전협의 건수는 총 1만6,122건이며, 이 가운데 9,217건은 현장 조사 및 심의를 마친 상태다. 실제 매입이 완료된 건수는 총 1,924호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매입 속도의 변화다. 초기 1,000호 매입에 517일이 소요됐지만, 최근 924호는 단 63일 만에 매입이 이뤄져, 제도 실효성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8월 한 달 동안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총 2,008건을 심의했고, 이 중 950건을 피해자로 최종 확정했다. 나머지 1,058건 중 615건은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됐고, 254건은 이의신청이 기각됐다.
위원회는 지금까지 총 3만3,135건의 피해자를 인정했으며, 주거 지원·금융 지원·법률 자문 등 4만902건의 종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피해자로 인정된 대상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신탁사기 매입 사례를 시작으로, 사각지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 수단 마련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는 개인의 실수가 아닌 구조적 허점을 악용한 범죄”라며 “정부의 제도 보완과 신속 대응 체계 구축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의: 010-9624-4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