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지의 영화 리터러시>자본의 속도를 넘어서
-조지프 코신스키 <F1 더 무비>
F1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꼽힌다. 4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최첨단 레이싱 머신 개발과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가히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릴 만하다. 이러한 F1을 헐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드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고 <트론>, <오블리비언>, <탑건:매버릭>등을 연출했던 조지프 코신스키가 연출을 맡았다. 한 마디로 돈 잔치라 할 만하다.
하지만 <F1 더 무비>는 단순히 라이벌 팀이나 상대와 대결을 벌이는 레이싱 영화는 아니다. F1이 돈이 많이 드는 까닭에 트랙 위 드라이버들은 팀과 스폰서, 미디어가 짜놓은 계산 속에서 움직이는 ‘상품화된 영웅’일 뿐이다. 거기다 에이펙스GP는 만년 꼴찌에 차는 문제가 많고 성적이 좋지 않으니 어딘가에 매각될 거라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 이 문제 많은 팀에 떠돌이 무사가 등장한다. 바로 30년전에 사고로 F1을 떠난 소니 헤이즈다.
소니 헤이즈는 이혼을 두 번이나 했으며 도박에 빠져서 파산했고 심지어는 택시운전사까지 해본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다. 그는 팀에 소속되지 않고 용병처럼 돈을 받고 레이싱 팀에서 조커로 활용된다. 그에게 F1시절 같은 동료였고 친구였던 루벤이 찾아온다. 루벤은 망해가는 에이펙스GP의 구단주로서 이 팀을 구할 마지막 카드로 옛 친구를 선택한다.
소니 헤이즈는 F1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순간의 직관과 인간적 판단으로 경주를 이어간다. 피트 스톱에서 기술팀이 연료와 타이어 교체를 지시하는 동안, 소니는 잠시 눈을 감고 트랙을 느낀다. 코너를 돌며 상대 드라이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계산된 안전보다 직관적 위험을 선택한다. 카메라는 그의 헬멧 속 눈빛, 땀에 젖은 손가락, 엔진의 고동과 바퀴가 타이어를 긁는 소리를 교차시키며, 관객을 서스펜스와 직관의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그 순간 소니는 더 이상 팀의 계산이나 스폰서의 기대를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트랙 위에서 오직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스크린에는 트랙 위 먼지, 햇빛에 반짝이는 엔진, 불확실한 바퀴 접지까지 포착되어, 관객은 그의 결정 하나하나를 체감한다.
주변 인물들과의 대비는 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팀 동료들은 미디어와 스폰서의 압박 속에서 효율과 계산을 우선하며, 상대 드라이버들은 승리를 위한 냉정한 전략 속에 움직인다. 소니는 그 틀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만의 판단과 경험을 우선하는 인간적 선택을 실현한다. F1레이싱은 드라이버가 뛰어나다고 해서 혼자서 승리를 이루어 낼 수 없다. 기술적인 분석과 상대팀에 대한 연구, 빠른 타이어 교체를 위한 팀워크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 콧대 높은 죠슈아는 소니를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한다. 소니는 죠슈아를 1등으로 올려놓음으로써 팀이 우승하게 만드는 전략을 선택한다.
기술 책임자인 케이트는 소니에게 왜 이 경주에 참가했는지 묻는다. 소니는 자신의 전성기 때 경험했던 사고 이후 레이싱에 대한 사랑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소니의 복귀는 돈이나 영광, 명예가 아니라 오로지 결승선 직전에 경험하게 되는 모든 소리가 사라지도 평화로워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한 것이다. 소니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 놓고 1등을 유지하며 트랙을 돌고 있을 때 레이싱카의 소음과 관중의 환호성,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도 사라지고 소니의 표정만 클로즈업으로 남는다. 이 순간은 이 거대한 시스템-F1 스포츠와 헐리우드 영화시스템-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물들이 상대팀과 마지막 결승점에서 극적인 역전을 이루어내는 순간을 다룬다면 이 영화는 소니 자신의 과거, 현실을 극복하는 그 과정에 촛점을 맞춘다.
그랑프리 우승 이후, 소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오프로드 자동차경주인 바하1000레이싱으로 향한다. 미디어와 팀 전략이라는 계산적 틀에서 벗어나, 사막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오직 자기 직관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자본과 계산의 논리를 잠시 뒤로하고, 인간적 자유와 직관을 시험하는 새로운 서사적 공간으로 자신을 옮기는 행위다. 이 영화에서 소니는 한 번도 우승트로피를 만지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트럼프 카드를 주머니에 넣을 뿐이다. 자본은 자동차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순 있지만 우승 트로피를 선사해 줄 수 없다. 결국 승리는 즐기며 사랑하는 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K People Focus 모하지 칼럼니스트(mossisle@gmail.com)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희망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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