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7일 열린 해양수산 공공기관장 회의 모습.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17개 공공기관장이 참석했다. 해수부 제공
정부가 해양수산부 본청의 부산 이전을 확정하면서, 단순한 청사 이전을 넘어서는 국가 전략 차원의 대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책 중심을 수도권에서 해양 현장으로 옮기는 이번 조치는,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국가 비전의 실질적 출발점이자 북극항로 개척 전략의 핵심 거점 구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2년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 지역과의 정책 간극 및 현장성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국내 최대 항만도시인 부산과 물리적 거리로 인해, 해운·항만·수산 분야 정책 수립과 집행 사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정책·산업·현장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해양 클러스터의 핵심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공공기관 이전 병행…글로벌 해양 클러스터 조성
정부는 해수부 본청 이전과 함께 해사법원·해운기업·해양 공공기관의 단계적 이전 방안도 병행 검토하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 등 일부 기능 이관이 현실화되면, 부산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드문 해양산업 복합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스마트항만, 친환경 선박, 해양바이오 등 미래 해양산업군의 전략적 집적도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역 내 인재 유출 방지, 자본 유치, 신성장 일자리 창출 등 다층적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부산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글로벌 해양수도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민·관·산·학·연이 협력하는 정책 실현 플랫폼 구축에 착수한 상태다.
북극항로 개척 전략, 부산이 전진기지 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현 정부의 ‘북극항로 전략 재추진’과 직접 연결된다. 2010년대 중반 한차례 추진됐다가 성과를 내지 못한 북극항로 개척이 다시 국가 핵심 아젠다로 복귀한 셈이다. 해수부는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2026년부터 시범운항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북극항로 물류 주도권 경쟁에서 중국 상하이를 견제하기 위한 핵심 전초기지로 부산을 지목했다. 이는 단순한 해운 물류 차원을 넘어 동북아 해양질서의 전략적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울경 연계, ‘해양수도권’ 구상 가속
해수부 이전은 부산 단독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전체를 아우르는 해양 거점화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부산의 북극 물류 허브화 ▲울산의 북방 에너지 기지화 ▲경남의 극지 선박·장비 제작지 육성 ▲AI+해양데이터 산업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울경 해양산업권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계획이 본격화되면 부울경은 조선·물류·에너지·관광·플랜트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신성장 경제권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써 수도권 중심 일극 체제를 보완하는 국가 균형발전 모델로서의 가능성도 동시에 제시된다.
원도심 재생과 시민 체감 효과도 기대
해수부의 임시 청사는 부산 동구 수정동에 위치하며, 이후 장기적으로는 별도 청사 신축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원도심 재생과 상권 활성화 등 지역 체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시민사회는 “부산이 해양정책의 현장 중심이 된 것만으로도 자긍심이 크다”며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향후 청사 입지와 연계한 도시계획 재편 및 개발 유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청사 이전 아닌 정책 전환의 상징”
전문가들은 이번 해수부 이전이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닌, 정책 철학과 실행 중심축의 구조적 재편을 상징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단지 정부 조직의 재배치가 아니라, 해양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선택지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제 해양수도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부산이 세계 해양질서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