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한 점심 한 끼
어제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아내가 잠시 외출을 하게 되어, 여섯 살 아들과 단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아들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었다.
“아들, 오랜만에 짜장면 어때?”
“웅, 좋아 아빠. 짜장면 먹자.”
잠시 후 배달 음식이 도착했고, 아들과 함께 식사 준비를 하였다. 짜장면은 랩에 싸인 채 배달되었기에, 먼저 이리저리 흔들어 소스를 고르게 섞은 뒤 그릇에 담아주었다. 아들은 맛있게 비벼진 짜장면을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서 짬뽕을 들었다.
단순한 대화가 던진 질문
식사를 하던 중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 왜 짬뽕 좋아해? 짬뽕이 맛있어? 맵지 않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는 해장을 해야 하거든. 속을 편하게 하려면 짬뽕이 좋아.”
그러자 아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짜장면이 좋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먹을 거야. 아빠도 좋아하는 거 먹어. 싫어하는 건 먹지 마.”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말은 내 마음을 멈춰 세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먹을 거야.’ 단순한 선택 같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중요한 태도가 담겨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
아들의 말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진리를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종종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자신을 억누르곤 한다. 직장에서의 성과, 사회적 지위, 타인의 기대가 우선이 될 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망설임이 없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즐긴다. 짜장면이든 짬뽕이든, 중요한 것은 선택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아들의 모습은 내가 언제부터인가 ‘좋아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을 앞세워 살아왔음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상 속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아들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 그리고 속을 편하게 해 주는 짬뽕 한 그릇이었다. 평일에는 일과 글쓰기에 몰두하느라 아들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오늘 같은 소소한 집콕 데이트가 오히려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행복은 화려한 성취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게 맞는 것을 선택하고 누릴 때 찾아온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그 안에서 삶은 한결 가볍고 단단해진다.
함께 던져야 할 질문
아들의 한마디는 나를 멈춰 세웠듯이,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무엇을 좋아하며, 그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고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서 진정 좋아하는 것들을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가, 혹은 남들의 기준에 맞추느라 내 안의 기쁨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행복은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존중하며 살아갈 때 삶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다.
오늘의 짬뽕과 짜장면의 선택은 단순한 음식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 거울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그것이 비록 작은 한 끼의 메뉴 선택일지라도, 그 안에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을 좋아하며, 그것을 선택하고 있는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할 때, 우리는 매일 마음속 유리병에 행복 한 스푼을 채워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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