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이 한마디는 단순한 사투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심금을 울리는 인생의 질문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춰 서게 하는 경고음이 되기도 한다.
2013년 영화 변호인에서 유행처럼 번진 이 대사는, 오늘날 더욱 큰 울림을 준다. SNS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정보를 쏟아내고, 우리는 할 일의 목록에 허덕이면서도 끊임없이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 '더 효율적인 것'을 찾아 움직인다. 하지만 과연 그 모든 것들 가운데,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늘 바쁘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그 와중에 무언가를 놓친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더욱 조급하게 만든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놓쳐선 안 될 ‘무언가’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묻지 않는다. 아니, 묻지 못한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니 ‘뭣이 중헌디?’라는 질문은 때때로 외면당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외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만 하는 질문이다. 삶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과연 내 삶을 위한 것인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정말로 ‘중요한가’?”
그렇다. 이 질문은, 결국 나 자신에게 던지는 본질의 질문이다.
잊힌 본질, 뒤바뀐 우선순위의 시대
오늘날 우리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사회’에 살고 있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진다.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마치 컨베이어벨트 위의 부품처럼 기능하고, 숫자화된 성과로만 평가받는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들은 쉽게 사라진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회식 참석'이 중요해 보이고, 자신의 정신 건강보다 '성과 보고서 제출'이 더 시급하게 느껴진다. 친구의 생일은 잊어버려도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일정'은 놓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우선순위를 바꿔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 직장, 사회 전반에서 ‘성취 중심주의’가 삶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보다 ‘무엇을 해냈는가’가 중요한 시대. 아이들은 행복보다는 점수를, 어른들은 정서보다 자산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성취와 성공은 부정할 수 없는 동기부여의 요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 예컨대 관계, 건강, 가치, 의미 같은 것들이 삶을 지탱하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 계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요한 것'을 찾는 사회학적·심리학적 시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아갈까?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그의 저서 『선택의 역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선택이 많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SNS에서 친구의 결혼식, 동료의 승진, 누군가의 여행 사진을 보며 내 선택이 옳았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불안은, 우리를 ‘더 좋은 무언가’를 추구하게 만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더 좋은 것’은 항상 도착하지 않는 미래의 어딘가에 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규정했다. 물리적 위험보다 ‘삶의 불확실성’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시대. 우리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그 안정이 뭔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가 제시한 ‘성공의 틀’에 기대게 된다. 그리고 그 틀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어딘가로 사라진다.
이렇게 보면 “뭣이 중헌디?”는 단지 감정적인 외침이 아니다. 복잡하게 엉킨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찌르는 통찰이기도 하다.
다시,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법
그렇다면 다시,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어쩌면 단순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첫째,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 사회적 기준, 비교의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이 시작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솔직해져야 한다.
둘째, '삶의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순위 리스트를 적어보면 현재 자신의 가치관을 시각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상보다 ‘가족’, ‘자기돌봄’, ‘여유’ 같은 단어들이 밑에 있는 걸 보고 놀랄지도 모른다.
셋째, ‘느림’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빠름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산책, 책 읽기, 일기 쓰기 같은 느린 행위 속에서 우리는 삶을 다시 정렬할 수 있다. 유명한 철학자 파스칼도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넷째,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감정의 방향을 추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면, 일상의 선택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늘 가까이 있다” 결국 “뭣이 중헌디?”라는 물음은 우리 각자의 삶에 던지는 뼈아픈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은 외부에 있지 않다. 내 안에 있다.
우리는 때로 진짜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외면한다. 너무 두렵거나, 너무 불확실하거나, 혹은 너무 익숙해서다. 그러나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삶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그 중요한 것을, 충분히 잘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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