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남양읍에서 한 번 발을 들이면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공간이 있다. 이름은 ‘비비아띠’. 네일샵이자 뷰티샵인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가꾸는 곳을 넘어, 특히 엄마들에게 ‘작은 쉼터’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이슬 대표는 말한다.
 ▲ 비비아띠 이슬 대표 © 비비아띠 |
“엄마들도 사실 여자였잖아요.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가 점점 아깝게 느껴지곤 하죠. 저는 그 부담을 조금 덜어주고 싶었어요. 엄마들도 마음 편하게 예뻐질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비비아띠의 시작이에요.”
 ▲ 비비아띠 내부 전경 © 비비아띠 |
이슬 대표의 이야기는 흔히 상상하는 ‘뷰티 업계 전문가’의 전형적인 출발과는 다르다. 원래 그녀는 의류 매장을 운영하던 사장이었다. 그것도 지역에 없던 빅사이즈 전문 의류점이었다.
“당시에 이 동네에는 빅사이즈 옷가게가 없었어요. 저는 그 수요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야심차게 매장을 열었죠. 그런데 그해 겨울, 코로나가 터진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되면서 손님 발길이 완전히 끊겼고, 가게를 유지하기는 힘들었어요.”
 ▲ 전(상) 후(하) © 비비아띠 |
2년 계약으로 들어간 보증금을 당장 빼기도 어려웠다. 폐업을 고민하던 그 시기, 청년 창업 지원금과 정부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지원금을 활용해 네일아트 자격증을 땄어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네일샵이라면 손님이 많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하루에 딱 한 명이라도 고객 응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 사진 © 비비아띠 |
옷가게 사장에서 네일샵 대표로의 전환.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 선택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렇게 시작한 비비아띠는 어느덧 5년째 운영되고 있다.
비비아띠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네일 디자인의 다양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슬 대표가 운영 철학의 중심에 둔 것은 바로 ‘가성비’다.
▲ 사진 © 비비아띠 |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알게 된 게 있어요. 엄마들에게는 3만 원, 5만 원도 사실 큰돈이라는 거죠. 특히 자기 자신에게 쓰는 건 더 아깝게 느껴져요. 하지만 또 여자로서 꾸미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잖아요. 그 간극을 메워주고 싶었어요. 제가 있는 곳에는 특히나 젊은 엄마들이 많거든요”
 ▲ 사진 © 비비아띠 |
그 결과 탄생한 것이 2시간 무제한 네일 아트 5만 원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아트를 마음껏 즐기면서도 부담은 덜 수 있는 방식. 이슬 대표는 “이 정도면 엄마들이 한 달에 한 번쯤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비비아띠만의 시그니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슬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의외로 ‘고객들의 눈물’이었다.
“엄마가 된 손님들 중에는 네일을 받다가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처음에는 웃으면서 시작하지만, 끝날 즈음 ‘사실 나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부담스러워서 못 했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보이시곤 해요. 아이를 낳고 육아에만 매달리다가 돌이 지나서야 처음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때마다 제가 누군가를 이렇게 기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신기하고, 또 한편으론 가슴이 아팠어요 ”
 ▲ 전(상) 후(하) © 비비아띠 |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며 공감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고 한다. “저 역시 엄마이기에 그 마음이 너무 이해돼요. 네일이라는 게 단순히 꾸미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는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죠”
샵 운영 방식에도 이슬 대표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그녀는 네일아트를 전담하며, 속눈썹과 피부 관리 분야에는 각기 다른 전문가를 원장으로 세웠다.
 ▲ 피부룸 내부 전경 © 비비아띠 |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다 하면 전문성이 떨어져요. 적어도 저는 두 가지를 한 번에 잘 할 자신이 없었어요. 고객에게도 최상의 결과를 드리려면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책임지고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속눈썹은 속눈썹, 피부는 피부, 네일은 네일, 이렇게 확실히 분업을 하고 있죠.”
 ▲ 전(상)후(하) 모습 © 비비아띠 |
이슬 대표의 운영 방침은 단순히 인력 관리가 아니라 ‘전문성 강화’라는 명확한 철학에 기반한다. 이는 고객들에게도 신뢰를 주는 요소다. 그런데 그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사실 이 원장님들도 엄마들이예요. 워킹맘에게 있어 오랜 시간 꾸준히 일만 하기란 쉽지 않아요. 아이들이 아프면 얼른 데리러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원장님들이지만 엄마라서 제약이 많아 꿈을 포기할 뻔 한 분들을 모셔와서 함께 운영해 왔습니다. 엄마들이 모여서 만드는 엄마들의 뷰티 공간인 셈이죠. 그렇게 비비아띠 안에서 메이브 아이래쉬, 나나 에스테틱이 각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가 최근 나나 에스테틱의 피부 원장님이 좋은 기회로 가게를 확장하게 되었고, 이제 청수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꿈을 펼치고 계십니다. 함께 성장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자기 꿈을 찾아가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제겐 또 다른 기쁨이었어요. 저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으니까요. 앞으로도 비비아띠에 머물러 가는 좋은 인연들이 모두 각자의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있는 동안에나마 힘을 실어주고 싶어요”
 ▲ 속눈썹룸 속눈썹후의 모습 © 비비아띠 |
현재 비비아띠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슬 대표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조금 특별한 확장 계획을 구상 중이다.
“저는 도마뱀을 좋아해요. 제가 도마뱀을 좋아할 줄 평생 모르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체험장에서 저 역시 파충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샵을 확장해서, 한쪽은 엄마들이 뷰티 서비스를 받는 공간으로, 다른 한쪽은 마치 숲에 놀러 온 것처럼 아이들이 파충류를 관찰하며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엄마가 편하게 시술받는 동안 아이들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요.”
 ▲ 사진 © 비비아띠 |
이슬 대표는 이 계획을 남편과 함께 구체화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2년 안에 실현시키고 싶어요. 사실 가게가 잘 되면서 일하는 시간이 꽤 길어져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어요. 엄마만의 행복을 넘어서서 가족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간, 그게 제 다음 목표입니다.”
 ▲ 사진 © 비비아띠 |
인터뷰의 마지막,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이슬 대표는 잠시 말을 고르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 걸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를 위해 쓰는 돈이 크다 보니 자기 자신에게 쓰는 걸 망설이게 되지만, 엄마도 여전히 여자고, 여전히 자기 자신을 사랑할 자격이 있습니다. 비비아띠는 그 마음을 지켜주는 공간으로 계속 남고 싶어요.”
 ▲ 비비아띠 입구 © 비비아띠 |
경기 화성시 남양읍의 네일샵 ‘비비아띠’.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안에는 한 엄마이자 여성으로서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슬 대표의 이야기는 단순한 창업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위기의 순간에 새로운 길을 찾아낸 용기, 그리고 자신과 같은 엄마들에게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삶의 기록이다.
▲ 비비아띠 외부 전경 © 비비아띠 |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엄마도 여전히 여자이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비비아띠는 그 철학을 공간으로 구현해내며, 앞으로도 많은 엄마들에게 웃음과 위로, 그리고 작은 치유를 선물할 것이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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