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김종인 국장
프랑스에서 독일까지, 김정희 교수의 세계 음악 여정
세계를 무대로 펼친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 김정희의 삶을 만나다
"음악은 나를 세계로 이끌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았다. 눈앞에는 엄격하지만 따뜻한 눈빛의 스승이 있었다. “두려워 말고, 음 하나하나에 네 감정을 담아봐.” 그 말 한마디는 평생 음악을 사랑하게 만든 힘이 됐다.
그 제자의 스승, 바로 김정희 예술감독이다. 프랑스와 독일을 거쳐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 살아온 그는 지금도 신라대학교 음악아카데미 협력 교수, 그리고 지음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음악 여정은 곧 한 세대를 대표하는 클래식 여성 교육자의 발자취로, 한국 음악계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정희 교수의 음악 인생과 그 뿌리, 제자 사랑, 그리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피아노와 함께한 유년 시절, 그리고 유학의 결심
김정희 교수의 음악적 출발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저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곁에 두고 자랐어요. 장난감보다 피아노가 더 재미있었죠.”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동시에 보였고, 점차 음악적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국내의 전통적인 음악 교육에서 머물지 않고, 그는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결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았지만, 그 당시에는 고전 음악의 원류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프랑스로 향했습니다.”
그 결심은 곧 운명이 되었다. 그는 프랑스 Meudon 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으며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프랑스 Meudon 국립음악원과 Ecole Normal에서의 치열한 수련기
“정말 눈물 나게 연습했죠.” 김 교수는 당시의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프랑스에서의 유학생활은 화려함보다는 고독과 싸움이었다.
“하루 종일 연습하고, 또 그 다음 날도 같은 곡을 다시 연습하는 반복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피아노의 소리와 내 감정이 일치되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죠.”
그는 프랑스의 또 다른 명문 음악교육기관인 Ecole Normal 고등사범음악원에서도 최고 교육자 과정을 이수하며 연주와 교육의 양면을 모두 갖춘 예술가로 성장했다.
그는 “프랑스의 음악 교육은 단순히 테크닉이 아니라, 음악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집중하죠. 그 철학이 지금의 저를 만든 중요한 요소예요.”라고 강조했다.
그녀의 연주는 유럽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동시대 여러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받으며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게 된다.
교육자로서의 귀국, 그리고 창신대 교수로서의 사명감
국제 무대에서의 경력을 쌓은 그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창신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부임한다.
“연주는 제게 있어 큰 기쁨이지만, 제자들과의 만남은 그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어요.”
그는 수십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음악 이상의 것을 전해주었다. 단순한 실력 향상만이 아닌, 인격적 성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교육 철학으로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냈다.
그는 독일의 트로싱엔 국립음대에서 객원교수로도 활동하며 해외 교육 경험을 한국 음악 교육에 접목시키는 데도 힘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경남피아노듀오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클래식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역에서 피아노를 접하는 기회가 적은 분들께도 음악의 기쁨을 전하고 싶었어요. 협회 활동은 그런 저의 또 다른 음악 미션이었습니다.”
지음회와 신라대학교까지, 끝나지 않은 음악 인생의 챕터
지금의 김정희 교수는 지음회 예술감독으로서 음악회의 기획과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지음’이라는 말은 ‘마음을 알아주는 벗’을 뜻하죠. 음악도 그런 거예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을 읽어주는 역할을 하죠.”
그는 매 공연을 통해 청중과 ‘지음’이 되길 소망하며, 정성껏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그는 신라대학교 음악아카데미의 한국 협력 교수로도 활약하며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 제자들을 만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배움과 가르침은 끝나지 않아요. 저 역시 아직도 배우는 중이죠.”
그의 음악 인생은 ‘완성’이 아닌, 끊임없는 ‘진행형’이다.
“나는 아직도 무대가 두근거려요”
김정희 교수는 오늘도 무대 위의 피아노 앞에 앉는다.
예전처럼 손끝이 자유롭지 않을지라도, 그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여전히 따뜻하다.
“이제는 연주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선물이 되었으면 해요.”
제자들은 그를 ‘영감을 주는 선생님’이라 부르고, 관객들은 그를 ‘인간미 넘치는 연주자’라 기억한다.
프랑스에서 독일까지, 무대를 누비고 강단에 섰던 그의 삶은 지금도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음악을 이야기하듯 연주하는 예술가. 그리고 사람을 음악처럼 품는 교육자.
김정희, 그는 지금도 음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