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작은 식당에서 시작된 한 남자의 도전은 오늘날 한국에서 25개 매장으로 성장한 포시애틀(Pho Seattle)이라는 브랜드가 되었다. ‘육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쌀국수 한 그릇에 인생을 담아온 유회근 대표를 만났다.
Q. 대기업을 다니다가 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코오롱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안정된 삶보다 제 꿈은 더 컸습니다. IMF 직후 프린터 토너 재활용 사업에 도전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났죠. 사업이 무너진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시애틀에서 작은 아시안 레스토랑을 인수하면서 제 인생 2막이 시작됐습니다.
Q. 쌀국수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처음에는 햄버거도 팔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장사가 잘 안 됐어요. 그러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메뉴에 추가했죠. 그때 만난 베트남 주방장이 제게 육수 비법을 전수해줬습니다. 사실 주방장이 자신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건 금기인데, 그 친구가 저를 불쌍하게 본 건지 모든 걸 다 가르쳐주고 떠났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를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가게 단골이던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 쌀국수는 맛이 없다. 유학 시절의 그 국물이 너무 그립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제 마음속에 크게 남았습니다. 결국 시애틀의 식당을 정리하고 단돈 1,500달러만 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때 다짐했죠. 시애틀의 시간을 잊지 않겠다. 그래서 가게 이름을 ‘포시애틀’이라고 지었습니다.
Q. 포시애틀 육수의 비밀은 무엇인가요?
A. 간단합니다. 타협하지 않는 것이죠. 대부분 프랜차이즈는 농축액이나 분말을 써요. 하지만 포시애틀은 공장에서 직접 끓여 낸 육수를 그대로 얼려서 가맹점에 공급합니다. 그러면 어느 매장에서든 맛이 똑같고, 주방 인력도 부담이 줄어들어요. 손님 입장에서는 항상 같은 깊은 맛을 경험할 수 있고요.
Q. 코로나 시기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들었습니다.
A. 맞습니다. 2019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가 터졌죠. 처음엔 큰 위기였지만, 오히려 소형 매장·단품 메뉴 모델이 각광받으면서 기회가 됐습니다. 잠실의 8평짜리 매장에서 전기포트 하나로 하루 100만 원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있었죠. 그걸 본 아르바이트생이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며 가게를 차렸고, 그게 강남·송파·강동으로 퍼지면서 2년 만에 25개 매장으로 늘어났습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는 포시애틀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사업가가 아니라 맛있는 육수를 끓이는 주방장이다.”
프랜차이즈는 결국 육수 공장이 중심이고, 거기가 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큰 욕심보다는 정직한 맛,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작은 가게 모델을 지켜 나갈 겁니다.
Q. 끝으로 포시애틀을 찾는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쌀국수 한 그릇에는 제 실패와 도전,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면서 “이건 진짜 다르다”라는 말을 해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저는 계속 육수를 끓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