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유년의 비애에서 문학의 거목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유년의 비애에서 문학의 거목으로 

 


 

유년의 기억이 문학이 되기까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문장은 단지 한 시대를 기억하는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깊은 곳을 파고들어 현실을 재현하고,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서사의 시작이다. 1992년 첫 출간된 박완서 작가의 자전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30년이 넘도록 한국 문학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속에서 ‘유년의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문학적 성찰의 뿌리가 된다.

2021년, 박완서 타계 10주기를 기념하며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이 작품은 단순한 복간을 넘어, 후대에게 ‘기억의 책무’를 일깨운다. 작가는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 이 작품을 썼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그 기억이 얼마나 생생하고 아팠는지를 반증하는 문장이었다. 유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 가족, 사회 그리고 전쟁은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이 작품은, '기억이 문학이 되는’ 진정한 사례로 남는다.

 


 박적골의 풍경에서 싱아의 기억까지, 유년의 자화상

 

1930년대 개풍 박적골. 지금은 북한 땅이 된 이곳은 박완서 작가의 기억 속 가장 찬란한 유년기의 무대다. 이야기의 서두는 싱그럽고도 애틋한 시골 산천의 묘사로 시작된다. 산기슭, 마당, 텃밭, 그리고 그곳을 뛰놀던 아이들. 작가는 바로 이 ‘자연’을 언어의 도구 삼아, 잊혀졌지만 영원히 생생한 기억을 그려낸다.

‘싱아’는 그런 자연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새콤한 풀, 어린 입맛을 사로잡았던 산의 간식.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울로 이주한 후, 다시 찾아 헤매도 발견할 수 없는 그 싱아는 이제 단지 식물이 아닌 상실의 상징이 된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문장은 그렇게, 유년기의 순수와 자연, 나아가 소중했던 시간 그 자체에 대한 비애의 질문이자 탄식이 된다.

박완서 특유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문장은 소소한 장면에서도 독자를 붙잡는다. 저녁노을에 낯선 두려움을 느낀 순간, 바람에 흔들리는 수수이삭을 바라보다 터지는 눈물. 이 모든 장면은 한 인간의 기억이자, 당대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로 재현된다.

 


 ‘엄마의 말뚝’에서 이어지는 자전적 서사의 중심축

 

『그 많던 싱아…』는 박완서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전소설이자, 그동안 발표한 여러 작품들의 원형을 품고 있다. 특히 ‘엄마의 말뚝’ 연작과의 긴밀한 연관성은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이 소설을 ‘엄마의 말뚝 4’라고 명명하며, 박완서 문학의 마침표이자 시작점이라 평가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남겨진 ‘나’, 생계를 책임지며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좌익활동으로 끌려갔다가 반신불수로 돌아온 오빠, 숙부의 사형 등은 단순한 개인사 이상의 울림을 지닌다. 그 안에는 삶의 생채기와 동시에 생존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박완서 문학에서 어머니는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삶의 중심이자, 이 세계를 살아내는 단단한 기둥이다. 작가 스스로도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듯, 자전소설의 중심축은 결국 여성의 목소리로 지탱되는 기억의 집합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 여성 서사와 생존의 목소리

 

1940년대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까지, 작중 ‘나’는 여성으로서, 딸로서, 동생으로서 이 세계를 통과해간다. 서울살이의 가난과 주인집의 눈치, 좌익과 우익이 뒤엉킨 혼란, 전쟁이 휩쓸고 간 거리에서 홀로 서는 일까지.

이 소설은 단지 개인의 성장기를 넘어서, 여성이 겪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생생히 고발한다. 특히 전쟁 중의 폭력과 상실은 박완서의 문장 속에서 목격자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녀는 ‘증언하는 자’로서의 책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후대에게 기억을 넘긴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피해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삶을 증명하는 언어다. 박완서의 시선은 날카롭되 따뜻하고, 고발하되 포용한다. 여성 서사의 진정성이 여기에 있다.

 


 기억으로 써 내려간 성장의 문장,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다’

 

2025년 현재, 박완서 문학은 또 한 번 재조명되고 있다. 타계 14주기를 맞아 구리시에서 열린 추모 낭독회에서는 AI 기술로 복원된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많던 싱아…』의 구절을 직접 듣는 그 순간, 많은 이들은 박적골의 햇살과 싱아의 새콤한 맛을 되새겼다.

또한 사진작가 이옥토와 협업한 리커버 특별판은 젊은 세대 독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여름 초원의 물빛, 창문 너머로 흐르는 빛, ‘기억의 계절’을 시각화한 사진은 단지 표지를 넘어 또 다른 문학적 번역이다.

이처럼 박완서의 문학은 지금 이곳에서 다시 살아 숨 쉬고 있다. 후배 작가 정이현, 김금희, 강화길 등이 추천사를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읽고 쓰는 사람들의 시작이며 나아갈 길’이라는 평가는, 이 문학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한다.

 


 기억을 기록한 자의 문학, 박완서라는 유산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기록이고, 증언이며, 치열한 문학적 탐구의 결과다. 기억만으로 써내려간 이야기가 왜 이토록 생생한지, 독자들은 매 페이지마다 확인하게 된다.

그녀는 유년기의 순수함과 상실, 시대의 폭력과 생존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냈고, 여성의 시선으로 삶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고, 공명하고, 재해석된다.
박완서라는 이름은 단지 문학사의 거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을 지켜낸 ‘기록자’로 남는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그 많던 싱아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답한다.
그 싱아는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박완서의 문장을 통해.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8.27 09:09 수정 2025.08.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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