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지금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단번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침마다 출근길에 밀려드는 무기력함, 퇴근 후에도 머릿속을 맴도는 해야 할 일들.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어딘가 나를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줄다리기한다. 때로는 사회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맞추느라, 때로는 생계라는 현실적 무게에 눌려, 하고 싶은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만다. 그런데 그 '나중'은 정말 오기라도 할까?
‘나답게 산다’는 말은 자주 들리지만, 정작 ‘나’가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욕망인지, 사회가 요구한 욕망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 시대 속에서 진짜 나를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삶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해야 할 일로만 채운 인생은 언젠가 공허함을 남기고, 하고 싶은 일에 귀 기울이지 않은 삶은 결국 후회로 돌아온다. 그러니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길 위에 서 있는 셈이다.
‘해야 하는 삶’에 갇힌 우리의 일상
우리는 언제부터 ‘해야 하는’ 것만 하며 살아왔을까. 아마 대부분은 학창시절부터였을 것이다. “공부해야 해”, “좋은 대학 가야 해”, “안정적인 직장 들어가야 해”라는 말들은 무의식 중에 우리의 삶의 기준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늘어난다. 돈을 벌어야 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 어쩌면 필수적인 것들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점점 멀어진다.
이처럼 현대인은 '의무'의 프레임 안에서 살아간다. ‘해야 하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심지어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말하면, 무책임하거나 철없는 사람이라는 시선도 따른다.
하지만 인생은 의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무와 욕망의 균형, 책임과 열정의 균형은 개인의 심리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결정짓는다. 그러기에 '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결코 나약하거나 게으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가장 본능적인 저항이 아닐까.
욕망은 길잡이인가, 미로인가?
하고 싶은 일을 좇는다고 해서 항상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욕망은 때때로 길잡이가 되기도 하지만, 방향 없는 미로처럼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자기계발서와 동기부여 영상은 “하고 싶은 걸 해라”고 말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단지 순간의 감정이었거나 타인의 삶을 부러워한 모방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욕망을 기준 삼아 삶을 설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문제는 욕망 자체가 아니라, 욕망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태도다.
욕망에는 '진짜'와 '가짜'가 있다. 진짜 욕망은 반복해서 나를 부르고, 시간과 상황을 초월해 끌어당긴다. 반면 가짜 욕망은 타인의 시선, 사회의 기준, 일시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환상일 수 있다.
욕망을 길잡이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조용한 산책일 수도, 여행일 수도 있고, 나를 괴롭히는 질문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시간을 거친 사람만이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삶의 나침반으로 쓸 수 있다.
진짜 나를 찾는 여정, 그 시작은 선택에서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단지 하루의 일정 중 단 10분이라도 나에게 집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해야 하는 일 목록 속에 작게라도 ‘하고 싶은 일’을 끼워 넣는 것이다. 작은 글을 쓰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오래 미뤄둔 취미를 다시 시작해 보는 것.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은 완성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완벽하게 나다운 삶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오늘 내가 한 선택이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였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나다운 삶’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갈등 속에서 선택의 무게를 느끼고, 그것을 ‘나답게’ 책임지는 일은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진짜 나’에 도달하게 된다.
나에게 되묻기
당신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채웠는가?
하고 싶은 일을 했는가, 아니면 해야만 하는 일에 묻혀 있었는가?
삶은 정답이 없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충실했는가는 언제나 되물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하고 있다.
‘해야 하는’ 인생이 아닌, ‘하고 싶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망설이지 말고 한 걸음을 내딛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