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행정 전 영역에 걸쳐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AI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 문제는 “기술 개발 그 자체”보다 “사회 전반의 제도적·정책적 환경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AI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인재 양성이 최우선 과제이다
AI 경쟁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기술을 만들고, 활용하고, 규제하는 모든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2025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초·중등 단계에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기초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단순한 코딩 교육을 넘어, 데이터 윤리,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응용 역량까지 포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형 융합 인재 양성도 시급하다. AI는 의료, 법률, 행정, 복지 등 모든 영역과 결합되기 때문에 단순한 프로그래머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아는 인재가 중요하다. 예컨대 ‘AI+법률’ 전문가, ‘AI+행정’ 전문가와 같은 새로운 융합 직군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 등 정책 담당자를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정책은 공허해진다.
둘째, 연구개발(R&D) 투자와 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정부가 AI 연구개발 예산을 증액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중복투자 방지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분야별로 흩어진 연구가 문제였다. 국가 차원의 AI 연구 로드맵을 수립하여 부처와 기관이 협력하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스타트업·중소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대기업보다 혁신적인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벤처투자를 활성화하여 실험과 실패가 허용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식 도전 정신’이 한국에서도 뿌리내리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윤리·법·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AI 발전은 반드시 사회적 신뢰와 윤리적 기준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은 오히려 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 AI 오남용 방지,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책임 귀속 문제 등은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 한국 저작권법상 AI가 독자적으로 만든 결과물은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 그러나 창작과 유사한 산출물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향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도 시급하다. AI 알고리즘이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심화하지 않도록, 공정성과 투명성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지역에서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운영해 보고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공공행정과 지역사회에서의 활용 확대이다
AI는 기업 경제뿐 아니라 행정·복지·교육·안전 등 시민 생활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미 민원처리 자동화, 빅데이터 기반 행정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발전시켜 지방의회 업무 — 예를 들어 행정사무감사, 예산 분석, 정책평가 — 에도 AI를 접목함으로써 정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면 고령화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고령층 돌봄, 치매 조기 발견,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재난·안전 관리에 있어서도 AI는 필수적이다. 홍수, 산불,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협력과 글로벌 리더십 확보이다
AI는 국경을 초월하는 기술이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질서와 규범 형성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국제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윤리 기준, 데이터 이동 규범, 사이버보안 협약 등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 ‘규범 선도국’의 지위는 쉽지 않더라도, 아시아 허브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AI 행정·복지 모델을 수출한다면, 국가 브랜드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맺음말
AI 발전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제 막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과거 압축성장을 이끌었던 교육혁명, 산업정책, 새마을운동이 있었다면, 이제는 AI 대혁신 운동이 필요하다.
핵심은 사람을 키우고, 산업을 키우며,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하는 도구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
▷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 국민대학교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