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산업재해, 국가가 방치한 구조적 폭력이다”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산업재해는 더 이상 개인의 불운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자, 공공과 민간의 책임이 교묘히 회피되는 가운데 누적된 사회적 비극이다. 최근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철도 인명사고는 6년 전 밀양 사고의 복사판이었다. 안전 지침은 현장에서 종잇장에 불과했고, 사고는 마치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경고와 교훈을 받아왔음에도, 국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같은 비극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의 책임 회피와 구조적 모순


공기업 코레일 사례만 보아도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는 분명하다. 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 안전 인력은 되레 축소되고 있다. 이는 곧 안전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치부한 결과이며, 관리·감독의 부재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규제를 외치면서도, 정작 공공 부문에 대해서는 유난히 관대하지 않았는가. ‘셀프 감찰과 면피성 대책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결코 얻을 수 없다.


반복되는 비극, 반복되는 무책임


산업재해를 일부 기업의 과실이나 근로자의 부주의로만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은 채, 사고는 계속된다. 현장에서는 하청·재하청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어,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조차 모호하다. 이런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위험은 아래로 전가되고, 희생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 책임 체계를 확립하지 않는 한, 산업 현장은 앞으로도 예견 가능한 죽음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세 가지 개혁 방향


이제는 국가가 더 이상 뒷짐을 질 수 없다. 실효성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안전 인력을 단순히 숫자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정원 확보와 전문성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배치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가가 핵심이다.


둘째,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법적 책임과 제재를 적용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 앞에 공·(·)의 경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셋째,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하청·재하청 구조 속에서 안전 책임의 최종 귀속 주체를 명확히 하여, 책임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다


산업재해는 개인의 위험 회피 능력으로 방어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대통령이 언급하는 산재와의 전쟁은 단순한 수사적 엄포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안전에 있어 타협은 있을 수 없으며, 개발 논리나 경제 효율성은 국민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산업재해 문제에서 국가가 앞장서 실질적 책임을 묻고 제도적 보완을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불필요한 희생을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산업재해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국가가 방치한 구조적 폭력이다. 국가의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대한케어복지학회 회장,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 

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 국민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2025.08.21 17:13 수정 2025.08.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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