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어느 시인은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라고 한다. 인상적이다. 이 웃음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초월한 웃음 일까. 삶에 달관한 깊은 뜻을 보여주는 걸까.
우리 삶은 때때로 과거의 소중한 경험은 산 교훈이 될 수 있지만, 못다 이룬 실패의 여진이 꿈틀거릴 때면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왜 하필 그렇게 했을까”하는 아쉬움과 후회에 얽매여 현재의 행복을 놓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직 오지도 않은 막연한 미래에 사로잡혀,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의 삶은 더 이상 과거와 미래에 짓눌리지 않아야 한다.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을 마음껏 펼치며 바로 “지금. 여기 (Now and Here)” 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반체제 가담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총살형 직전에 유예선고를 받았지만, 그는 죽음이 눈앞에 온 순간에 “다시 살 수 있다면 절대로 오늘 1초라도 헛되이 살지 않겠다” 는 맹세를 한다. 이후 ‘죄와 벌’을 비롯한 불후의 명작을 남겨 주었다
공직에 몸담을 때다. 옆 사무실 국제 관광과장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천사 같은 동료였다. 그는 해외 명문대 학위와 뛰어난 두뇌로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런 그가 위암 말기의 시한부 판명을 받은 것이다. 그의 삶 태도는 흐트러짐 없이 의연했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일과를 시작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의 영어 구사에 정성을 쏟았다. 매 주말이면 제주도로 가족과 여행하며 헤어질 날의 서글픔을 홀로 삭이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앞날이 창창한 그가 암 선고를 받았을 때 쏟아지는 눈물과 좌절이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지금. 여기“ 오늘이라는 하루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가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장기는 새 생명을 살려주고, 나머지 육신은 불태워 수목장의 재가 되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그의 짧고 고귀한 삶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어떠한 삶으로 살아갈 것인가 물음표를 던져 준다.
잠시 눈을 감고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본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흔히 경쟁사회 구조에서 재물과 권력. 명예가 얽힌 인간관계의 쓰라린 경험이 통과 의례와 같이 거쳐 지나갔을 것이다. 나 역시 어둠의 터널이 있었다. 또한 나의 생명은 덤으로 살아간다. 젊은 시절에 동해 푸른 바다 파도를 타다가 갑자기 밀려온 집체 만 한 큰 파도가 몸을 거꾸로 물구나무를 세운 채, 빙빙 돌려 바다 한가운데로 내몰아쳤다.
죽음의 문턱에 갔다가 가까스로 삶을 되찾은 적이 있다. 나에게 이러한 운명적인 사건이나 시련이 닥쳐올 때마다 내 삶의 좌표라 할까 ‘예정 조화설’ 의 진행 과정으로 믿어 왔다. 그 만큼 주어진 오늘의 삶을 긍정하며 충실히 살고자 했다.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예정 조화설’은 ”세상 모든 존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신이 이미 정해 놓았댜“ 라고 말한다.
인간은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존재라 한다. 내가 정말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걸까. 어떠한 삶의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가. 다수의 사람들은 행복의 근원은 지금 여기에 없는 어떠한 것도 바라지 않고 눈앞에 있는 것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집중해 가는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 거창한 목표 추구나 깨달음이 아니다. 익숙해진 루틴한 하루 일상에 커피 한 잔의 여유. 명상과 마음 챙김. 미소와 웃음. 몇 줄의 책 읽기. 가족. 친구에게 따뜻한 마음 전하기. 맛있는 음식 나눔. 취미생활과 봉사. 자연 숲 산책. 드라이브. 수련회 소모임 동행 같은 작고 소소한 행복을 모아 큰 기쁨과 즐거움을 느껴보자
지금껏 안고 살아온 남의 시선이나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가장 ‘나 다운 자신’ 을 발견하며, 나를 아끼는 자기연민과 마음에 평정을 이루어가자
그리고 하루의 태양이 지면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은 평범했지만 참으로 가슴 벅찬 하루였다.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주고 함께 따뜻해졌다’ 며 감사로 히루를 마감 한다. 바로 “지금. 여기” 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본질의 가치가 아닐까? 우리 함께 누려가자.
양홍석
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전)2014인천아시안게임 행사본부장
전)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