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유향 무역로의 중심지이자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던 오만 살랄라에서, 한국의 전통 춤과 음악이 현지 관객의 열띤 환호를 받으며 문화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백합예술단(단장 정명숙)은 지난 8월 15일부터 22일까지 오만 남부 도파르(Dhofar) 주 살랄라(Salalah)에서 열린 ‘살랄라 페스티벌(Salalah Khareef Festival)’ 메인 프로그램에 한국 무용단으로는 최초로 공식 초청받아 참가했다. 남서계절풍 ‘카리프(Khareef)’로 사막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마법 같은 계절에 열리는 이 축제는 180여 개가 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오만 최대의 복합 관광형 축제이다.
백합예술단의 이번 초청은 단순한 공연 교류를 넘어, 고대 ‘유향의 길’로 명성 높았던 도시와 한반도의 예술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과거 프랑킨센스(유향,Frankincense)가 대륙과 바다를 넘어 문명을 연결했듯, 이번 공연은 한국의 예술을 매개로 새로운 시대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 고대 문명의 교차로, 현대 축제의 중심지에서 울린 한국의 장단
공연의 배경이 된 살랄라( Salalah)와 도파르(Dhofar)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프랑킨센스(유향,Frankincense)의 땅’으로 지정될 만큼 수천 년 동안 유향 무역의 중심지였다. 와디 다우카(Wadi Dawkah)의 유향나무 군락과 고대 항구 유적들은 이곳이 고대 세계의 교류와 번영의 핵심이었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펼쳐진 살랄라 페스티벌은 오만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 행사다. 2025년 페스티벌은 ‘전통과 혁신의 균형’ 이라는 운영 철학 아래, 야간 대형 퍼포먼스, 서커스형 쇼, 드론·친환경 불꽃 쇼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화려한 콘텐츠로 관광객들을 사로잡았으며, 가족 중심의 여가와 오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 유향의 향기를 대체한 한국의 춤과 음악
정명숙 단장을 비롯한 14명의 단원으로 꾸려진 백합예술단은 살랄라 중심 무대인 이틴 스퀘어(Itin Square)에서 장구춤, 진도북춤, 태평성대, 부채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군무 레퍼토리와 가야금 산조, 장구 연주 선율은 사막의 바람과 어우러졌고, 군무의 화려한 포메이션과 리듬은 축제의 열기를 한층 높였으며 무대 분장은 중부대학교 뷰티패션비즈니스학과 강지연 교수가 함께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부채춤이 만들어내는 파도와 연꽃의 이미지, 화관무의 우아한 원형 동선은 한국의 자연주의 미학과 궁중 예법의 정신성을 보여주며 현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은 ‘전통=정적(靜的)’이라는 편견을 깨고, 강렬한 리듬과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동시대적인 축제 현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형 전통’의 K-Dance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 문화외교의 새 장을 열다
백합예술단의 정명숙 단장은 “고대부터 세계를 연결했던 이곳에서 한국의 멋과 흥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춤과 음악이라는 보편적인 언어가 두 나라 국민의 마음을 연결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번 초청이 한-오만 문화 교류의 ‘유향의 길’ 처럼 지속되고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참가는 한국 문화예술계의 지속적인 해외 교류 노력의 결실이자, 오만 측이 한국 전통예술에 보인 관심과 신뢰의 결과다. 고대 문명의 교류지에서 펼쳐진 한국 무용의 성공적인 무대는 양국 간 문화적 이해를 깊게 하고, 관광·문화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넓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됐다.
(사진=백합예술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