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진선(K-EDU교원연합 충북지부장, 서현중학교 한문교사)

청소년,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시대
오늘날 청소년들은 과도한 경쟁과 물질 중심의 가치관 속에서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성적과 스펙으로만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청소년 자살 시도, 무기력, 감정 폭발 등 심각한 사회·정서적 어려움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방향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자, 학생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은 외적 성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성교육과 메이크오버의 결합’을 제안하고자 한다.
‘메이크오버 교육’이란 무엇인가
‘메이크오버(Makeover)’라는 단어는 보통 외적인 변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내적 성찰과 자기 성장을 전제로 한 전인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겉모습의 변신이 아니라 마음가짐, 태도, 생활습관, 관계 맺는 방식 등 삶의 전반에 걸친 긍정적인 변화이다.
메이크오버 교육은 다음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내면의 메이크오버: 자기 이해, 감정 조절, 목표 설정, 메타인지적 성찰 등을 통해 내적 성장을 촉진한다.
외면의 메이크오버: 자기표현력, 발표력, 비언어적 태도, 정돈된 자기관리 습관 등을 통해 자신감을 형성한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학생은 단순히 ‘성적이 좋은 아이’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그려나가는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실제 수업 현장에서의 적용: 자호(字號) 명함 활동
서현중학교 한문 수업에서는 ‘자호 명함 만들기’ 활동을 통해 메이크오버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성격과 꿈, 삶의 목표를 담은 자호를 짓고, 이를 명함 형태로 제작하여 수업 시간마다 꺼내 읽으며 스스로의 다짐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수업 참여 과정에서는 ‘하트 스티커’를 통해 교사의 긍정적 피드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일정 성취를 이룬 학생에게는 ‘자기성장 뱃지’를 수여한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발전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자긍심을 느끼는 장치로 작용한다.
학생 사례: 한 명의 변화가 교실 문화를 바꾸다
이 활동을 경험한 서현중학교 3학년 전재영 학생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한문 시간마다 자호 명함을 꺼내 읽으면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고, 수업에도 집중하게 되었어요. 하트 스티커를 받을 때마다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가 느껴져 기뻤고, 자기성장 뱃지를 받으면서는 내가 실제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방학 과제로는 신체(건강), 정서(감정 조절), 인지(자기 성찰) 영역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활동을 받았다. 전 학생은 “이전과 달리 계획을 미루지 않고 보람 있는 방학을 보낼 수 있었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던 습관도 많이 개선되었다”며 자기성장의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명의 변화는 결코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교실 속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 교실 전체의 분위기와 문화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이크오버 교육의 확장 가능성
이러한 활동은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교육 전반에 걸친 연계가 필요하다.
정규 수업 연계: 국어, 도덕, 한문 등 다양한 교과 안에 자기 이해와 성찰 활동을 자연스럽게 포함시킨다.
학교생활 전반 확장: 상담, 동아리, 방과 후 활동과 연계하여 학생의 자기표현 기회를 넓힌다.
가정·지역사회 연계: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생의 성장을 함께 응원하는 문화 조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학교는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를 디자인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교사로서의 성찰과 제언
이 활동을 진행하며 교사인 나 역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학생은 단순히 가르침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임을 실감했다. 교사가 그 가능성을 끌어낼 기회를 제공할 때, 아이들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간다. 앞으로 인성교육은 ‘추가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실 속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식과 인성이 결합될 때 비로소 교육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이끌 수 있다.
맺으며
메이크오버 교육은 단순한 외적 변화나 일시적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청소년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실질적 교육 방법이다. 오늘 교실의 작은 변화가 내일의 큰 성장을 만든다. 인성교육과 메이크오버의 결합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나’를 만날 용기와 기회를 제공하는, 강력하고 따뜻한 교육적 실천이다. 앞으로 더 많은 교사와 학교가 이 흐름에 함께하며, 우리 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