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신기술을 보유하고도 특허 장벽(Patent Barrier)에 가로막혀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지식재산권 기반의 보이지 않는 성벽이자, 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1. 특허 장벽의 개념과 특징
특허 장벽은 단순히 몇 건의 특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정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수십·수백 건의 관련 특허를 확보해 경쟁사가 동일·유사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대표적 특징으로는 △핵심 원천특허와 응용·주변기술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회피 설계가 거의 불가능한 촘촘한 권리망 △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한 독점적 지위 유지 등이 꼽힌다.
2. 산업별 대표 사례
제약·바이오 분야는 특허 장벽의 전형적 사례다.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개발 시 약효 성분, 제형, 용도, 제조방법까지 수십 건의 특허를 출원한다. 이에 따라 원천 특허 만료 후에도 제네릭 의약품 출시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Norvasc)’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넥시움(Nexium)’이 대표적이다.
반도체·통신 산업에서도 방대한 특허가 얽혀 있다. 퀄컴은 5G·Wi-Fi 등 표준필수특허(SEP)를 기반으로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확보했으며, 경쟁사는 협상 없이는 제품 출시가 어려웠다.
배터리 산업 또한 마찬가지다. 소재·셀 구조·충전 알고리즘까지 특허가 빽빽하게 얽혀 있어, 후발 업체는 자체 기술 개발 외에도 권리자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3. 양날의 검, 특허 장벽
특허 장벽은 긍정적·부정적 효과가 공존한다. 긍정적으로는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할 유인을 제공하고,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을 촉진한다. 또 라이선스·크로스라이선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후발 기업의 진입 기회를 축소시키고, 과도한 권리 행사로 기술 확산을 저해하며, 소비자에게는 높은 제품 가격으로 이어진다.
4. 기업의 대응 전략
특허 장벽을 만났을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 회피 설계를 통한 충돌 회피, 둘째, 권리자와의 라이선스 협력이다. 더 나아가 상호 라이선스를 교환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나 다수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특허 풀(Patent Pool)’도 중요한 대안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관련 특허 지형을 면밀히 분석해 위험 요인을 사전 관리하는 것이다.
5. 시사점
특허 장벽은 기술 경쟁 시대의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는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결국 기업의 성패는 특허 장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 개발과 지식재산권 전략을 병행 설계하는 것, 그것이 특허 장벽을 넘어서는 첫걸음이다.

- 칼럼니스트 특허법인 서한 변리사 김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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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dwkim@gmail.com / 02-553-0246 / 010-9124-3731
- 학력
-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 경력
-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반
- 발명진흥회 특허기술평가 전문위원
- 발명진흥회 지식재산 가치평가 품질관리 외부전문가
-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지원단
- (사)서울경제인협회 지식재산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