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 벽보 뜯어 재물손괴 혐의 피소…“황당하다”

30대 여성 자녀 승강기 안내문 만지다'손 다칠라' 제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 게시물을 떼어냈다는 이유로 한 입주민이 형사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김포경찰서는 20일 게시자의 동의 없이 게시물을 제거한 혐의(재물손괴)로 입주민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27일, 딸과 함께 승강기를 타다 아이가 벽보에 손을 뻗는 것을 보고 다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게시물을 제거했다.


A씨는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 돌도 안 된 딸을 안고 오르내리던 중 뭐든 만지고 보는 아이의 특성상 고정되지 않은 안내물이 신경 쓰였다고 설명했다.


가장자리가 너덜거려 종이를 아기가 만지다 손을 베일까 걱정스러운 A씨는 ‘불법 전단지 제거’하듯 종이를 뜯어냈다.


그러나 단순한 ‘정리’가 곧바로 범죄 혐의가 됐다. 안내문을 붙인 주민 B씨는 게시물이 훼손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A씨의 행위를 재물손괴로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더 황당했다. 이 벽보는 특정 입주민이 아파트 내 갈등을 알리기 위해 붙인 것이었다.


갈등이 첨예해 관리사무소조차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였지만, 세 아이를 돌보는 A씨는 그런 배경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까지 나서 고소인을 설득했지만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경찰서를 처음 찾았다는 A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이 안전을 위한 행동이 이렇게 범죄로 둔갑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용인에서도 한 중학생이 승강기 게시물을 뜯었다가 보완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고의성 없음’과 ‘시설 기능 방해’가 무혐의 사유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생활공동체에서 사소한 게시물이 법정 싸움으로 번진 것은 공동체 신뢰 붕괴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것이다.


“주민 간 대화와 조정이 우선 작동하지 못하면, 일상은 언제든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승강기 벽에 붙은 안내문은 누군가에겐 목소리를 내는 수단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이를 지키려는 순간의 선택이었다.

작성 2025.08.20 08:13 수정 2025.08.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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