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뇌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는데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신경과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매달 수십만 원의 비용을 쓰며 뇌기능개선제를 복용하지만, 정작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필자의 대답은 단순하다. “운동화를 사서 하루 30분 걸으시고, 충분히 주무신 뒤 균형 잡힌 식사를 하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다. 2024년 한 해에만 6천억 원어치가 처방됐지만, 최근 임상 재평가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해 건강보험 급여 제외가 거론되고 있다. 만약 적응증을 유지하지 못하면 기존 청구액 환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애초부터 약물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돼 있다. 안전성도 완벽하지 않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1200만 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복용군의 뇌졸중 발생 위험이 43% 더 높았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이나 옥시라세탐처럼 이전에 효능을 인정받지 못해 적응증을 잃은 사례도 이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수요는 줄지 않는다. 치매 환자가 없는 가정조차도 “예방 차원”이라며 영양제를 찾는다. 홍삼, 은행잎 추출물, 포스파티딜세린 등 각종 건강식품을 찾는 이유는 결국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학계의 대규모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운동·수면·식단이 뇌 건강의 핵심 열쇠임을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해마 부피를 키우고 뇌 염증을 줄여 회복력을 높인다. 하루 7~8시간 숙면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약 30% 낮춘다. 이는 수면 중 뇌 노폐물을 청소하는 글림프(glymphatic) 시스템 덕분이다. 식단 역시 중요하다. 과일·채소의 항산화 물질, 올리브유와 견과류의 단일불포화지방산, 등푸른 생선의 오메가-3 지방산은 뇌 노화를 늦추고 혈류를 개선한다. 여기에 지중해식 식단 특유의 비타민 B군과 섬유질은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해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정서 안정에도 기여한다.
즉, 뇌 건강은 특별한 약 한 알에서 오지 않는다. 하루의 작은 선택—걷기, 잘 자기, 바르게 먹기—가 장기적으로 뇌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다.
‘기적의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이 제시하는 뇌 건강의 해법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평범한 습관 속에 있다. 작은 행동의 누적이 치매 예방과 인지력 보호로 이어진다. 이제는 약보다 생활습관에 투자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