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의 남쪽 끝자락. 무채색의 도심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하얗고 아기자기한 외관의 음식점이 있다. 이름은 '피핌(PIPIM)'. 이름만큼 낯설지만, 가게 앞을 스쳐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실내로 들어서면 깔끔하고 아늑한 인테리어가 맞이하고, 날씨 좋은 날엔 야외 자리까지 자연스럽게 손님을 유혹한다.
피핌은 흔한 파스타집이 아니다. ‘비벼먹는 파스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식사와 경험의 경계를 허문다. 서브웨이처럼 직접 재료를 선택해 나만의 파스타를 만드는 방식. 소스부터 면, 채소, 단백질까지 모든 재료가 신선하고 다양하다. 특히 푸실리, 카펠리니처럼 익숙한 면부터 O델레처럼 낯선 형태의 파스타면까지 제공해, 매번 새로운 조합을 즐길 수 있다. 연근 모양을 닮은 O델레는 처음 보는 이들도 쉽게 반할 만큼 쫄깃한 식감과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피핌만의 시그니처 소스. ‘피핌소스’라 불리는 이 특제 드레싱은 고소하고 깔끔하면서도 느끼함이 전혀 없다. 리뷰에는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게다가 소스는 무가당으로 만들어져 건강을 고려한 맛을 추구한다. 이 점이 ‘헬시푸드’에 민감한 요즘 소비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비건을 위한 재료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템페’가 제공되어 채식을 실천하는 손님에게도 열린 공간이 된다. 실제로 피핌은 “가볍고 담백하게 한 끼를 즐기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곳”, “채식주의자도 만족할 선택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성수라는 동네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마른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그만큼 진정성 없는 상업적인 시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성수에서 피핌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처음 한입에 반했다”, “가까우면 매일 오고 싶다”, “숨겨진 맛집으로 남기고 싶지만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는 리뷰는 단순한 찬사가 아니다. 진짜 ‘맛’과 ‘정성’이 담겨 있을 때에만 나오는 목소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피핌을 운영하는 이들의 태도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고, 매장 곳곳에 고객을 생각한 배려가 묻어난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인테리어와 깔끔하게 정리된 동선은 물론, 주문 방식도 간결하면서 직관적이다. 피핌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기분 좋게 머물다 나올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고 있다.
한적한 성수동 골목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 그러나 이곳이 지닌 건강한 철학과 세심한 접근은 파스타 한 접시를 넘어, 새로운 외식 문화를 제안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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