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시가격 현실화, 세수와 시장 사이의 균형 맞출 때다

보유세 인상 통한 매물 유도…실거주자 부담도 고려해야

정부가 다시 한 번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꺼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동산 시장 안정, 근본적인 배경에는 세수 확보가 자리 잡고 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현실 수준에 맞추겠다는 방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금 이 시점에 꺼내 든 이유는 다분히 정책적 판단에 가깝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6주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강남·용산 같은 주요 권역은 물론, 일부 비규제 지역의 고가 아파트까지 오름세다. 6·27 대출 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장 인식이 확산되자,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 유인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현실화율이 오르면, 시세 변화가 없어도 공시가격이 올라간다. 당연히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농어촌특별세 등 이른바 보유세도 함께 뛴다. 세법 개정 없이도 세수 확보가 가능한 구조다. 세입자 중심의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정공법적 우회’인 셈이다.

 

시장 안정과 세수 확보라는 정책 목적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세 부담이 늘면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처분을 고려하게 되고, 매물 증가로 이어져 가격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현실화된 공시가격은 고가·저가 주택 간 세금 불균형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속도와 수용성이다. 현실화율 인상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유세 ‘실질 인상’으로 다가온다. 특히 실거주자나 은퇴 고령자처럼 소득이 일정치 않은 계층에는 세금 급증이 생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분양가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르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부담이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세 부담 확대로 거래가 위축될 경우, 정책 목표였던 시장 유동성 확보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고금리와 공급 위축이 겹친 현 상황에서는 과도한 보유세 인상이 정책 신뢰를 해칠 수도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 ‘중앙부동산공시가격위원회’ 심의를 통해 내년도 현실화율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목표 시점과 조정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 수용성이다.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완급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일방적인 과세 강화가 아닌, 실수요자 보호와 중산층 수용 범위 내에서의 조율이 필요하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다만 그 추진 방식이 또 하나의 시장 불안을 키우는 방향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얼마나 올릴 것인가’보다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치밀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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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8.14 18:54 수정 2025.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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