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을 만나온 경험으로 확신하는 사실이 있다. 아이의 공부 태도와 성과는 부모의 행동 패턴과 직결된다. 여러 국내 교육 연구에서도 부모의 양육 태도와 학습 지원 방식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학업 지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다.
특히 기대와 지원이 균형을 잃고 지나치게 개입적으로 흐르면 학습 만족도가 떨어지고,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반대로 자율성을 존중하는 지원은 학습 동기와 자기주도성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의도는 좋지만 실제로는 자녀의 ‘혼공(혼자 공부)’을 방해하는 부모의 습관에는 무엇이 있을까? 현장에서 확인한 대표적인 다섯 가지 유형을 소개한다.
1. 모든 계획을 대신 세워주는 습관
부모가 시간표와 계획표를 대신 작성하면 아이는 처음에는 편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목표 설정 능력과 우선순위 판단력은 사라진다. 학습 계획은 단순한 일정 나열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을 설계하는 핵심 과정이다.
2. 실수를 바로잡아주는 습관
과제나 시험 준비 과정에서 작은 오류를 발견하면 즉시 개입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실수를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곧 학습력이다. 부모의 개입은 안전망 역할에 그쳐야 하며, 지나친 통제는 자율적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킨다.
3. 성적만으로 판단하는 습관
점수는 중요한 피드백 지표이지만 학습의 전부는 아니다. 집중도, 전략 조정, 문제 해결력처럼 장기 성장을 좌우하는 요소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성적 중심의 평가는 아이가 학습의 본질보다 결과만을 좇게 만든다.
4. 비교를 습관화하는 태도
다른 학생과의 비교는 단기적으로 자극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린다. 아이의 목표는 ‘어제의 나’와의 비교에서 세워져야 하며, 타인과의 비교는 오히려 학습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5. 학습 시간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습관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책상에 앉히는 방식은 효율보다 피로를 키운다. 자기주도학습은 몰입할 수 있는 시간대와 환경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부모의 개입을 줄이고도 자녀가 안정적으로 학습 흐름을 이어가려면 목표 설정 → 계획 수립 → 복습 주기 설계 → 성과 점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아이는 비로소 학습 주도권을 회복한다.
실제 사례로, 한 중학생은 부모가 하루 일과를 분 단위로 통제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과제 제출과 시험 준비만큼은 완벽했지만,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힘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학습 목표를 직접 세우고 주간·월간 계획을 조정하며, 4회차 누적 복습과 셀프 테스트를 반복하자 변화가 나타났다. 한 학기 만에 “다음 시험 계획은 제가 짤게요”라는 말이 나왔고, 성적보다 공부 과정에 대한 자신감이 먼저 자리 잡았다.
이 변화는 특정 재능 덕분이 아니다. 설계된 환경 속에서 반복 훈련과 자기결정 경험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러한 힘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교육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자기주도학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의 학습 흐름과 습관을 점검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설계하는 과정이 필수다.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온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은 대화 한마디가 아이의 공부 인생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경란 대표 주요 이력
혼공연구소 대표
2024년 대한민국 교육산업 대상 학습코칭 부문 대상
2023년 대한민국 교육서비스 부문 대상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담은 칼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