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에서 대체 부품 사용을 기본 옵션으로 적용하는 자동차보험 약관 개정이 추진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의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 국가는 소비자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보 공개’와 ‘사전 동의’를 제도화하고 있다.
미국은 ‘Right to Repair(수리할 권리)’ 운동의 영향 아래, 차량 정비 시 대체 부품 사용 여부와 품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반드시 고지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특히 테네시(Tennessee) 주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서면 동의 없이는 대체 부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연방정부는 NHTSA(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 인증을 받은 부품만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체 부품 사용률은 약 30~32%에 달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기반으로 한 자율적 제도에 기초하고 있다.
EU는 2024년 말부터 '수리 조항(Repair Clause)'을 공식 도입했다. 해당 조항은 소비자와 정비업체가 OEM 부품 외에도 인증된 대체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동시에, 정비 이력 기록의 강화, 가격 및 품질 차이에 대한 명확한 고지, 책임 소재 명확화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대체 부품 사용률은 아직 5% 수준에 불과하지만, 보험료 할인 혜택을 통해 사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국내 보험 약관 개정이 소비자 권리 보장 측면에서 오히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소비자의 사전 동의 없이 보험사가 인증 대체 부품을 우선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리비 절감이 아닌,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책임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제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