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 황세기(43세, 가명)는 지난달 싱가포르로 급히 출장을 떠났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결국 자신이 평소 쓰던 통신사 로밍 서비스를 선택했다.

황 씨는 “로밍은 출국 전에 따로 준비할 게 없어서 편하다. 휴대폰 번호도 그대로 쓸 수 있으니 회사 업무 연락을 놓칠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다만 장기 체류를 하면 요금이 금방 불어난다. 하루 단위로 과금되는 경우가 많아 출장 기간이 길면 통신비가 상당히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로밍은 휴대폰 설정에서 간단히 활성화해 현지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특히 단기 출장이나 급히 떠나는 여행에는 준비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네트워크 품질이 현지 사정에 따라 불안정할 수 있고, 하루 단위 무제한 요금제에도 속도 제한이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로밍이 ‘편리함’에서는 최고지만, ‘비용 효율성’은 장기 사용 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여행과 촬영을 병행하는 유튜버 김영인(32세, 가명)은 유럽 3개국을 이동하는 일정에서 eSIM을 사용했다. 그는 “공항에서 유심을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출국 전에 QR 코드로 바로 개통할 수 있어 좋았다. 현지 번호와 한국 번호를 동시에 쓸 수 있어서 현지 촬영팀과 연락하고, 한국 구독자 메시지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씨는 “eSIM이 모든 나라에서 지원되는 건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통이 어렵거나 네트워크 품질이 떨어질 수 있어,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SIM은 물리적인 SIM 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여행객과 출장러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다. 온라인으로 구매 후 QR 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개통되며, 듀얼 SIM 기능을 통해 두 개의 번호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eSIM을 지원하지 않는 스마트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기기를 바꿀 경우 재설치 절차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대안은 현지에서 유심을 구매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장기 체류자나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람에게 특히 유리하다. 현지 유심은 로밍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며, 현지 통화까지 포함된 상품도 있다. 다만 구매와 개통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다. 언어 장벽이 있는 국가에서는 절차가 더 복잡해질 수 있고, 기존 번호를 사용할 수 없어 국내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놓칠 위험이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로밍은 편리하지만 비용이, 유심은 저렴하지만 설정이, eSIM은 편리하지만 기기와 국가 지원 범위가 각각의 걸림돌”이라며 “해외 데이터 사용은 일정, 목적, 예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황세기 씨처럼 갑작스러운 출장에는 로밍이, 김영인 씨처럼 여러 나라를 이동하는 여행자에게는 eSIM이, 그리고 한 나라에 오래 머무는 장기 체류자에게는 현지 유심이 적합하다. 올바른 선택은 통신비 절감뿐 아니라 여행과 업무 효율성을 모두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