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귀’가 던지는 조용한 질문 - 감정과 공동체, 그림책에서 배운다
숲을 시끄럽게 뒤흔드는 초록마귀가 나타났다. 혼자만의 규칙을 강요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 존재는 처음엔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옥란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 『초록마귀』는 이 낯선 존재를 통해 감정의 복잡함과 공동체의 의미를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풀어낸다. 겉으로 드러나는 갈등의 이면에 상처와 고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숲속 친구들의 조용한 반응과 팽나무의 포용을 통해 그려낸다. 아이는 물론 어른 독자에게도 울림을 주는 이 그림책은, 우리가 어떤 존재를 마주할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묻는다. 단지 좋은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 안에서 독자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초록마귀와 팽나무가 말하는 ‘화해’와 ‘포용’의 이야기
『초록마귀』는 표면적으로는 숲에 등장한 문제적 존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내면에는 화해와 포용, 그리고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가 자리 잡고 있다. 초록마귀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주변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이는 단순한 버릇없는 행동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가 만든 반응임을 작가는 조용히 드러낸다. 그런 초록마귀를 배척하지 않고 묵묵히 끌어안는 팽나무는, 이해와 품음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한다. 이 관계는 단순한 교훈을 넘어, 독자에게 ‘당신 곁의 누군가는 지금 이런 위로가 필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출간 배경과 구성 — 이옥란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 2025년 4월 출간
놀다락출판사를 통해 2025년 4월 25일 출간된 『초록마귀』는 이옥란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이다. 이 책은 가상의 숲을 배경으로 제멋대로인 초록마귀와 이를 받아들이는 숲속 생명체들, 그리고 조용히 그를 품어주는 팽나무가 중심에 선다. 이야기는 초록마귀의 등장으로 평화롭던 숲이 혼란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갈등이 깊어질수록 주변 존재들의 반응이 점차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외면’이 아닌 ‘이해’와 ‘포용’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의 힘임을 보여준다. 목탄으로 섬세하게 표현된 그림은 거친 질감을 통해 감정의 복잡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이야기의 정서적 깊이를 더한다. 작가의 개인 창작으로 시작된 이 그림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감정표현의 자유와 그 이면 — 초록마귀는 왜 화를 냈을까?
초록마귀는 이 그림책 속 가장 혼란스러운 존재이자 가장 외로운 인물이다. 그는 숲의 규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 이면에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과 상처가 있다.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초록마귀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하다.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데 있어 용기와 조절의 균형을 고민하게 하고, 어른 독자에게는 누군가의 ‘문제 행동’ 뒤에 감춰진 사연을 떠올리게 만든다. 초록마귀는 결국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이 진짜 문제임을 상징한다.
목탄 일러스트와 팽나무 — 시각적 서사가 주는 따뜻한 메시지
『초록마귀』는 글 못지않게 그림에서도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그린이 사심은 목탄이라는 재료를 통해 숲의 거친 질감과 생생한 분위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팽나무의 질감은 두드러진다. 단단하고 무거운 질감 안에 담긴 부드러움은, 말없이 누군가를 품는 어른의 존재를 떠오르게 한다. 팽나무는 초록마귀의 상처를 조용히 감싸 안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무게 있게 끌어간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 곁에 있는 부모, 교사, 친구처럼 말없이 다가와 곁을 내주는 사람을 상징한다.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감정교육 그림책의 새로운 시도
『초록마귀』는 단순히 갈등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갈등을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부드럽게 안내한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받으며, 누군가의 행동 이면을 상상해보는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동시에 어른 독자에게는, 자신이 놓쳤던 위로와 품음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감정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교육현장에서는 공동체 속 역할과 배려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옥란 작가의 ‘조용한 울림’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팽나무다
『초록마귀』는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시선을 가르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판단보다는 기다림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팽나무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관계의 표본이다. 초록마귀처럼 감정에 솔직한 존재를 향한 따뜻한 품음은, 결국 공동체의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이옥란 작가는 두 번째 그림책을 통해 갈등이 아닌 화해, 혼자가 아닌 함께의 가치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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