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 손끝에서 시작된 글쓰기… 여백 속 삶의 재발견
전업주부 김선영 작가가 전하는 존재의 가치와 따뜻한 일상 성찰
텅 빈 시간이 아닌, 쌓여가는 시간… 여백의 가치를 말하다
세상은 전업주부의 시간을 종종 '허수'처럼 여긴다. 생산성과 효율을 기준으로 삼는 시선 속에서, 하루를 오롯이 가정에 머무는 삶은 투명하게 스쳐간다. 그러나 김선영 작가는 ‘여백으로 살아가기’를 통해 그 시간들에 ‘존재의 가치’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밥을 짓고, 아이를 돌보고, 하루를 써 내려가는 그 손끝에는 삶을 음미하고 돌아보는 묵상이 깃들어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줄만 알았던 시간이 사실은 가장 깊이 있는 자기 확인의 순간들이었음을, 글쓰기를 통해 담담히 고백한다. 이 책은 가정이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조용한 그러나 단단한 드라마의 기록이며, 이름 없는 시간들이 실은 얼마나 고유하고 찬란한지를 따뜻하게 보여준다.
여백의 시간, 존재의 자리… 전업주부의 시간은 무용하지 않다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김선영 작가는 여백을 ‘존재의 배경이자 증거’로 정의한다. 전업주부의 일상은 자칫 정체된 시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관계를 엮고 감정을 보듬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내밀한 성찰이 존재한다. 사회가 숫자와 결과로 시간을 가늠할 때, 저자는 말한다. 여백 없는 글이 불완전하듯, 빈틈이 없는 삶도 숨이 막힌다고. ‘여백’은 존재가 쉬어가는 공간이며,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이는 곧 ‘존재의 가치’가 스스로 증명되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평가되지 않아도 충분히 존귀한 그 시간들 속에서 삶은 조용히 깊어지고 있었다.
김선영 작가가 ‘여백으로 살아가기’를 통해 보여준 일상의 성찰
김선영 작가는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2024년부터 2025년에 걸쳐 글로 담아냈다. 세움북스에서 출간한 에세이 『여백으로 살아가기』는 전업주부라는 자리를 향한 세상의 무관심과 오해 속에서도, 그 안에 깃든 삶의 진실을 조용히 끌어올린 기록이다. 저자는 한 해의 흐름도 구분되지 않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음식과 가사노동, 육아의 시간 속에서 성찰과 감사를 발견한다. 글은 그 순간들을 명명하며, 존재의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는 도구가 된다. 특히 부엌에서 손님을 맞고,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밥상 앞에서 오간 이야기들은 저자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었고,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과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전업주부의 삶이 단지 '흐름'이 아닌 '축적'임을 드러내는 소박하면서도 밀도 높은 고백문이다.
삶을 요리하는 시간
전업주부의 삶에서 부엌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장소가 아니다. 김선영 작가에게 부엌은 추억을 불러내고 이야기를 나누는 성소이자, 사랑과 배려가 조리되는 공간이었다. 『여백으로 살아가기』에서 그녀는 고사리를 불리고, 조기조림을 만들며, 오징어 숙회에 초고추장을 더하는 과정 속에 시간을 들인다. 이처럼 정성스러운 밥상은 단지 식사가 아닌, 존재를 환대하는 장치가 된다. 손님들은 음식에 감탄하고, 한 끼 식사 속에서 과거와 감정을 꺼낸다. 저자는 말한다. 노동의 시간이 숙성되면, 먹는 시간도 숙성된다고. 여백의 시간은 그렇게 발효되고, 부엌은 그 시간을 품는 가장 따뜻한 그릇이 된다. 밥상 위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일상의 평범함을 넘어, 삶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신앙과 글, 묵상의 언어로 빚은 존재의 고백
김선영 작가의 글쓰기에는 신앙이 녹아 있다. 『여백으로 살아가기』는 단순한 일상 에세이가 아닌, 하나님과 동행한 시간의 기록이자 묵상의 결과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녀는 그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자신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는 여정을 이어간다. 그 글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찬양이 아닌 고백이고, 설교가 아닌 삶의 실감이다. “여백 없이 빛나는 존재는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믿음은 시간의 틈새에서 조용히 스며든다. 글쓰기는 곧 신앙 고백이며, 존재의 증명이다. 이러한 영성의 언어는 독자에게 강요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며, 자신만의 언어로 삶을 기록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운다.
바쁜 현대 여성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
『여백으로 살아가기』는 단순히 한 전업주부의 에세이를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존재의 존귀함을 되새기게 한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고 여기는 세태 속에서, 김선영 작가는 ‘그저 있음’의 가치를 말한다. 특히 가사노동과 육아에 지친 여성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스스로의 삶이 결코 작거나 덜 의미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글을 통해 삶에 이름표를 붙이고, 자신의 존재를 명명하며 회복하는 경험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신앙적 깊이와 따뜻한 언어는 독자의 내면을 다정히 두드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여백을 품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삶을 향한 위로와 동시에, 새로운 자각을 이끄는 책이다.
나에게 붙여주는 이름표, ‘여백’… 김선영 작가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
김선영 작가는 말한다. “내 삶의 이름표는 여백입니다.” 전업주부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무명의 시간들, 타인의 잣대에서 소외된 삶의 조각들을 글로 꿰어 하나의 서사로 엮어 낸 이 책은, ‘여백’이라는 말에 깊이를 부여한다. 존재를 평가받는 시대에,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이는 일은 곧 존재를 존중하는 일이다. 『여백으로 살아가기』는 평범함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위대함을 조용히 말한다.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날들, 말없이 곁을 지켜준 남편, 그리고 엄마의 삶을 충분히 사랑으로 받아준 두 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말은, 저자의 모든 글이 결국 사랑으로 귀결됨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가 아닌, 모든 존재가 붙들 수 있는 ‘존재의 근거’로서 여백의 가치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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