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은 나이 때문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봐요”
사람들은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흐려질 때 흔히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은 이 말이 틀렸다고 말한다. 기억력 감퇴는 반드시 나이 탓이 아니다. 오히려 뇌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일 수 있다.
오늘날 뇌과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바로 뇌 가소성(Neuroplasticity) 이다. 이는 뇌가 나이와 관계없이 스스로 구조를 바꾸고, 기능을 재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최근 연구들은 70대, 80대에도 뇌세포가 새로 생기고, 신경 회로가 재배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뇌는 사용하기만 하면 ‘다시 젊어질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뇌가 평생 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뇌를 퇴화시키는 진짜 원인, 그리고 뇌를 젊게 만드는 실천법을 살펴본다.

뇌는 평생 변한다: 뇌 가소성이란 무엇인가?
한때 과학자들은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깨졌다.
현대 뇌과학은 인간의 뇌는 유아기뿐 아니라 성인기와 노년기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이 능력을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뇌 가소성이란 뇌가 새로운 경험이나 학습, 환경 자극에 따라 스스로 구조를 바꾸고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곧 새로운 신경 회로가 만들어지고, 기존 회로가 강화되거나 약화되며, 심지어 손상된 부위를 다른 부위가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포함한다.
예시:
사고나 뇌졸중 후 손상된 기능이 재활훈련으로 일부 회복되는 현상
악기를 배우거나 외국어를 학습할 때 뇌 구조가 바뀌는 것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감정 조절 능력이 강화되는 과정
하버드대 신경과학자 알바로 파스쿠얼-레오네는 “뇌는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구조를 다시 만든다”고 강조했다. 결국 뇌는 나이에 따라 죽는 기관이 아니라, 사용 여부에 따라 진화하는 기관인 셈이다.
노화보다 위험한 것은 '무사용': 뇌를 퇴화시키는 진짜 원인
뇌는 근육과 같다. 쓰지 않으면 약해지고, 사용하면 강해진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뇌가 자동으로 퇴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뇌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 습관이 기억력 감퇴와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진짜 원인이다.
일상 속 ‘뇌 무사용’ 신호
TV 시청만 반복하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지 않음
스마트폰 앱만 사용하고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음
단조로운 일상 반복으로 자극이 부족함
대화량이 줄고 사회적 관계가 감소함
이러한 뇌 사용의 감소는 시냅스(신경세포 간 연결)의 약화, 해마의 위축, 전두엽 기능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퇴직 이후 무기력한 일상, 혹은 반복적인 루틴만 유지되는 환경은 뇌의 퇴화를 급속도로 가속화시킬 수 있다.
즉,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음’이다. 기억력을 유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뇌를 적극적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
뇌를 다시 젊게 만드는 실천법: 뉴로빅스부터 명상까지
뇌를 되살리기 위해 거창한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뇌 가소성을 자극하는 작고 일상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최신 뇌과학자들은 아래의 방법들을 ‘뇌를 젊게 만드는 습관’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뉴로빅스(Neurobics)
미국 듀크대 신경과학자 로렌스 카츠가 제안한 개념으로, 비일상적인 방식으로 뇌를 자극하는 운동이다.
반대손으로 양치질하기
눈을 감고 옷 입기
낯선 길로 산책하기
외국어 단어 하루 5개 외우기
손글씨로 일기 쓰기
이러한 자극은 뇌의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 기억력과 창의력, 감각 통합 능력을 강화시킨다.
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최근 MRI 연구에 따르면 명상은 해마와 전두엽의 회색질을 증가시킨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고, 감정 조절과 인지 능력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유산소 운동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뇌세포 재생을 도와준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30분 운동은 뇌에 젊음을 되찾는 ‘백신’과 같다.
뇌는 나이보다 ‘활용도’에 따라 나이를 먹는다
기억력은 단지 세월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뇌는 지금도 바뀔 준비가 되어 있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뇌를 얼마나 자주, 다양하게, 능동적으로 사용하느냐이다.
당신이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낯선 것을 시도하며, 뇌를 자극하는 삶을 산다면,
그 뇌는 더 이상 ‘늙는 뇌’가 아니라 ‘진화하는 뇌’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