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커피와 대체복음?

커피인문학

얼마 전,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한 대체커피 전문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커피’라는 이름이 붙은 메뉴들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카페라테를 시켰습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이게 뭐지? 생경함과 어색함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아, 이게 커피 맛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커피 맛과 향을 아는 전문가로서, 도저히 이 음료를 커피의 대체물로 인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커피의 모습을 흉내 내긴 했으나, 그 본질에는 닿지 못한 음료였습니다.


그들이 커피의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의 하나가, 헤이즐넛 향을 소량 첨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음료를 마시는 순간 익숙하고 고소한 향이 스치듯 퍼지며 향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향의 숨겨진 역사적 맥락을 알고 있어서인지 별로 느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과거에 커피시장에서는 시간이 지나 산패한 원두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감추기 위해 헤이즐넛 향을 덧입혀서 마치 신선한 커피인 것처럼 포장해서 판매한 일이 많았었습니다. 헤이즐넛 커피는 한마디로, 신선하지 못한 커피를 판매하기 위한 위장책이었던 셈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헤이즐넛 향의 사용은 커피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그 결함을 은폐하는 장치로 보였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웠던 것은, 이들 음료의 성분이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추 씨앗이나 곡물류를 강하게 볶아 커피 비슷한 향미를 냈다고 하는데, 그 재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하기 어려웠고, 정확한 원료 표시 없이 소비자에게 제공된다는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실 탄수화물과 아미노산(특히 아스파라긴)을 고온 120`C 이상으로 볶을 때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라는 발암물질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로 강하게 대체물질을 볶았는지 전혀 알려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시는 동안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맛이나 향, 신뢰성, 그리고 철학적인 측면에서까지 저는 이 음료에서 커피 고유의 가치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것은 커피를 흉내 낸 가짜 음료이지 커피를 도무지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대체커피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개발된 것은 아니라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06년,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에 내렸던 '대륙봉쇄령(Continental System)'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의 무역을 전면 차단하면서, 커피 수입이 사실상 중단되었고, 이에 사람들은 치커리 뿌리를 강하게 볶아 커피의 대체품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늘 커피를 음료수처럼 마시던 사람들에게 커피의 부존재(不存在)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커피 비슷한 음료를 찾기 시작했는데, 치커리 뿌리를 볶아서 우려낸 음료가 가장 커피와 흡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입니다. 그 시절 치커리 커피는 절박한 시대가 만든 고육지책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19세기 미국 남부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해상 봉쇄로 인해 커피 수급이 어려워지자, 지속적으로 커피를 군량품으로 보급을 받던 북군에 비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한 남군의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군은 커피의 보급을 위해서 북군과 휴전을 하려고도 했을 정도로 커피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해 애가 탔던 ‘뉴올리언스’에서는 ‘치커리’를 커피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 전통은 이후 일부 지역에서 ‘치커리 커피’라는 이름으로 문화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커피를 구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기후위기와 환율폭등으로 인해서 과거에 비해 커피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산지에서 정성껏 재배된 커피 생두들이 세계 각지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점점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찾고 즐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요의 시대에 굳이 ‘대체’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 대체커피 경험은 제게 또 하나의 중요한 진리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바로, 복음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의 어떤 지인으로부터 AI 교회에 대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교회의 이름도 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담임목사도, 부교역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 있는 설교나 내용들, 심지어 찬송가도 전부 AI가 생산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내담자가 자기의 고민을 말하면 AI 목회자가 상담과 기도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AI 교회나 목회자가 과연 기존의 교회와 목회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이 시대는 다양한 ‘대체 복음’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릅니다. 심리적 위로, 긍정의 메시지, 인간적인 이성의 논리, 종교적인 행위들조차 진리인 듯 가장하고 있지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진정한 복음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기준이요, 참된 진리이십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세월이 흘러도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 무엇도 복음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복음은 실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복음의 흉내만 내는 이단이나 사이비가 너무 많습니다. 그것들이 저마다 복음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곳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다 가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비슷하게 보이는 말과 이념이 있어도, 그 어떤 것도 복음의 본질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를 살게 하시며, 진정한 구원과 생명의 길이 되십니다.


글 | 최우성 목사


태은교회 담임 / 강원대학교 교수 /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 알고 보면 재미있는 커피 인문학 저자 / 농학박사(PhD) / 목회학 박사(Dmin)

작성 2025.07.30 10:41 수정 2025.07.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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