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역대급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펄펄 끓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남해와 동해, 제주 연안의 수온이 30도를 넘나들며 평년 대비 2~3도 이상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수산물 어획량이 급감하고, 전국 어시장과 마트에서는 전어, 오징어, 고등어 등 인기 어종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고 있다.
어민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금값 생선’에 장바구니를 덜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폭염이 만든 바다의 변화는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로 번지고 있다.

폭염이 바다를 바꿨다…사라진 어획량
지속된 폭염은 해수면 온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며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고수온 상태에서는 어류의 대사 작용이 증가하면서 폐사율이 높아지고, 산소 농도가 낮아져 서식지를 이탈하거나 깊은 바다로 피신하게 된다.
특히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광어와 전어 등의 어획량이 30~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번 여름의 고수온 현상은 단기적인 기후 현상이 아니라 해양 온난화가 본격화된 징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솟는 수산물 가격, 소비자와 상인의 이중고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최근 한 달 새 오징어 한 마리 가격이 8,000원에서 15,000원대로 급등했다. 전어는 킬로그램당 2만5천원을 돌파하며 ‘금전어’로 불리고 있다.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운반과 저장 과정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손실이 커졌다"며 가격 상승 요인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계 부담은 물론이고,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서 어업을 하는 이진수(가명, 58) 씨는 "이젠 물때가 와도 그물에 생선이 거의 없다. 어창이 텅 비는 날이 다반사"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양식어업 종사자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고수온으로 인해 양식장 내 광어, 우럭, 조피볼락 등 주요 어종이 폐사하며 수억 원의 손실을 입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고수온 주의보는 이미 발령되었지만, 어민들은 “주의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실질적인 지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이 끝나더라도 해양 수온은 당분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양수산 전문가들은 "지금은 시작일 뿐"이라며 구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산업 종합대책, 양식장 스마트화, 적조 및 고수온 예측 시스템 강화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현장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향후 고수온 현상이 일상화될 경우, 국내 수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폭염이 만든 펄펄 끓는 바다는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라, 해양과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수산물 가격 폭등은 어민, 소비자, 시장 전체의 위기를 동반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계절적인 현상을 넘어선 구조적 위기로 고착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해양기후 대응을 위한 정책적 전환점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