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구 대치동 '끌올영어교습소' 김규리 원장 © 끌올영어 |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강남구 대치동. 각종 대형 입시학원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끌올영어교습소’라는 이름의 작지만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화려한 외부 간판이나 규모는 없지만, 이곳은 오직 소규모 학생만을 정원으로 영어밀착관리수업이 이뤄지고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교육 현장에 뛰어든 김규리 원장의 철학을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어봤다.
“여기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딱 그 시기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에요. 수능 영어 대비를 주로 하고, 내신 기간에는 학교 수행평가까지 도와주는 영어 교습소예요.”
▲ 사진 = 끌올영어 |
김 원장의 이력은 흥미롭다. 문과 학생이자 국어와 영어, 미술을 좋아하던 그녀는 어린이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아이들과의 교류에서 큰 재미와 보람을 느꼈고, 영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 강사 제안을 받았고, 본격적인 교육자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강사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제가 수행해야하는 역할들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고, 모든게 수월하고 즐거웠어요. 그때 알았죠, 이게 내 길이구나”
▲ 사진 = 끌올영어 |
김 원장은 자신의 교육 철학을 묻자, 대치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대형 학원들이 많은 환경에서 자신만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숙제가 없는 학원’. 단어 암기 외엔 따로 숙제를 내지 않는다. 숙제를 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은 저학년인 학생들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시간 대비 효율을 낼 수 있게 문제풀이할 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얻기 전까지는 영어의 기반이 되어줄 단어 암기 숙제만이 과제로 나간다.
 ▲ 사진 = 끌올영어 |
“숙제를 하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너무 많지만, 아이들이 문제풀이 습관 또는 스킬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숙제를 위해 투자해야 할 절대적인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학습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문제풀이는 집중해서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하지만 단어학습은 공부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무조건 낼 수 있기에 숙제로 내주고 있어요.”
 ▲ 사진 = 끌올영어 |
그녀는 아이들이 실수하는 과정을 ‘배움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문제를 틀릴 때 아이의 이해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오답을 냈을 때, 그녀는 “굿 미스테이크(Good mistake)”라고 칭찬해준다.
 ▲ 사진 = 끌올영어 |
“학부모님들 중에는 ‘문제를 하나도 틀리지 말라’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는 오답이 훨씬 더 값지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정확히 어떤 부분을 어려워 하는지 선생님과 아이가 인지해야 부족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거든요. 학생 스스로도 본인이 인지하며 학습할 때 더 크게 성장해요. 그래서 잘 틀리고 잘 고치는 과정이 있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 사진 = 끌올영어 |
실제로 기억에 남는 학생도 많다. 그중에는 영어 실력도 뛰어나고, 학습 태도도 좋은 한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시험만 보면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 학생은 어느 독해 문제에서 ‘기쁨’이라는 답을 골랐는데, 사실 정답은 ‘당황함’이었다고 한다. 문제의 내용은 아내의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던 남편이 사실은 본인의 청력에 이상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때 남편의 심정을 묻는 문제였다. 김 원장이 이유를 묻자, 학생은 “아내가 아픈 게 아니라서 기쁠것이다”라고 답했다.
▲ 사진 = 끌올영어 |
“정말 착한 아이였어요. 마음이 예뻐서 그런 사고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거죠.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요. ‘이건 시험을 위한 생각일 뿐이야야. 너희가 평소에 생각하는 건 훨씬 더 멋져.’ 시험과 사고력을 분리해서 지도하는 기준이 생겼던 계기였어요.”
 ▲ 사진 = 끌올영어 |
김 원장은 이를 통해 영어점수가 비단 영어 실력만이 아닌 문해력, 사고력 등 보다 많은 요소들을 내포할 수 있음을 몸소 느꼈고, 스스로 영어만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닌 아이가 오답을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학생들이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집중하는 방법도 억지로가 아닌 본인의 동기에서 비롯되었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시험 점수뿐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로 성장하길 바라는 김 원장의 진심이 담긴 바람이다.
 ▲ 사진 = 끌올영어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원장은 “지금처럼 소규모 수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자신과 같은 철학을 가진 선생님들과 함께 같은 소규모 밀착수업 클래스를 더 많이 확장해나가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대치동처럼 시험이 중요한 지역일수록, 아이들이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요. 그럴수록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는 공간이 많아져야 해요. 저는 그런 선생님들과 함께 더 많은 작은 교실들을 만들고 싶어요.”
▲ 사진 = 끌올영어 |
김 원장은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 솔직한 의견도 밝혔다. 최근 수년간 정책 변화가 잦았고, 그 변화에 아이들이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함께 정부의 어려움에도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시험을 위한 영어라도, 문장 구조를 암기하는 것은 언어 습득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사진 = 끌올영어 |
“암기한 문장 구조는 머리와 입에 어느 정도 박혀 있어요. 이걸 잊기 전에 그 안의 단어들만 바꿔 넣으면 아이들이 일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로 확장되죠. 시험을 위한 영어가 일상생활의 회화를 익히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라며 시험을 무작정 비판 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진 = 끌올영어 |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김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걸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점수가 다소 안 나온다고 해서 학습 능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저 다르게, 천천히 성장하고 있을 뿐이에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아이와 선생님을 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진 = 끌올영어 |
김규리 원장과의 인터뷰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따뜻한 답을 들은 시간이었다.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실수해도 괜찮은 배움의 공간을 만드는 일. 그녀가 말한 “틀려도 괜찮아요”는 이 시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였다. 앞으로 그녀가 꿈꾸는 따뜻한 교실이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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