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움직이면 보건소가 달라진다: 공공의료 회생 플랜

무너진 보건소, 공공의료의 위기 현장

제도와 구조의 한계, 왜 보건소는 제 기능 해야...

지자체가 바꾼다: 공공의료 회복의 로컬 전략

 

공공의료 핵심축인 지역 보건소 사진=지자체온동네뉴스

 

 

사라지는 공공의료, 보건소는 왜 침묵했나

"감기약 처방도 못하는 보건소가 무슨 소용이죠?" 전남의 한 작은 읍내에서 만난 70대 주민의 푸념은 대한민국 공공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보여준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공공의료의 최전선이어야 할 지역 보건소는 점점 그 본래 기능을 잃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보건소의 중요성을 단번에 부각시켰다. 역학조사, 선별진료소, 백신 접종 등 모든 감염병 대응이 보건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긴급 상황이 끝난 뒤, 보건소는 다시 조용히 '행정업무 중심 기관'으로 돌아갔다. 코로나 이후, 많은 보건소에서 임시로 충원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이전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현재 상당수 지역에서 보건소는 동네 주치의 역할도, 지역민 건강관리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보건소가 사실상 유일한 의료 기관인 곳들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도 상근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 사각지대는 갈수록 넓어지고, 주민들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보건법부터 예산구조까지, 보건소가 제 기능 못하는 이유

현행 지역보건법상 보건소는 '기초 보건의료 서비스의 제공'이 목적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보건소는 '치료와 예방'보다는 '행정 업무' 처리에 집중되어 있다. 진료실보다 서류가 많은 현실의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보건소가 '보건복지부 정책 하에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지자체 하위기관'으로 운영되면서 생기는 이중 구조의 한계다.

 

보건소의 의료 인력 채용은 지자체의 몫이다. 그런데 의료 인력 확보에 대한 법적 의무나 최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채용을 미루거나 최소한의 인력만 두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의사의 경우 대부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되어, 의사 한 명이 떠나면 지역 전체가 진료 공백 상태가 되기 쉽다.

또한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관으로 기능하려면 지속적인 의료 장비 투자와 운영 예산이 필요한데, 이 역시 '지방의회 예산 심의'와 '중앙정부 지침'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스템 자체가 보건소의 의료기관 기능을 제약하는 구조인 것이다.

 

 

변화의 열쇠는 지자체에 있다: 전국 사례로 본 회생 조건

이런 한계를 극복한 지자체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 예산을 통해 공중보건의 및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보건소 내 방문진료팀을 운영하고 있다. 독거노인, 거동불편자를 대상으로 정기 진료와 건강 모니터링을 제공하며,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찾아가는 보건소'로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전라북도의 한 군에서는 치매 조기 진단을 위한 전담팀을 보건소 내에 구성하고, 지역 복지시설과 연계하여 예방 중심의 보건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일부 시군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체계화하여 운영 중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의지와 기획력이 보건소 기능 회복의 핵심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도시와 농촌, 고령화 정도, 지역 의료자원 현황에 따라 맞춤형 보건소 모델을 설계한 곳들이 더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공의료는 결국 ‘현장 중심의 실행력’이 좌우한다.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다리는 것보다 지역 차원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지역 중심 공공의료 전략

대한민국 공공의료 문제는 단순히 병원 수 부족이 아니라, 접근성, 지속성, 신뢰성이라는 세 축이 무너진 결과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지역 맞춤형 모델’에 있다. 보건소가 단순한 행정창구가 아닌, ‘지역주민 건강관리 거점’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자체 차원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공공의료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보건소는 주민 건강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역 의료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보건소가 다시 '치료와 예방의 거점'이 되는 날을 위하여

보건소는 종합병원이 아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 주민에게 '의료는 기본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공무의료 체계의 토대를 재구축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보건소에 충분한 자율성과 자원을 부여할 수 있다면, 보건소는 단순한 '행정기관'을 넘어 ‘지역민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의료 형평성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작성 2025.07.19 14:56 수정 2025.07.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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