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0일,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경남 창원에서 의미 깊은 임관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해군 제138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순국한 故 김태석 원사의 장녀 김해나 소위(23세)가 해군 장교로 정식 임관했다. 이는 천안함 46용사 중 자녀가 군 장교로 임관한 첫 사례로, ‘아버지의 바다’를 향한 숭고한 귀환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김해나 소위는 어린 시절인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해에 천안함 사건을 겪었다. 당시 그녀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가슴에 품은 채 성장했고, 2021년 우석대학교 군사안보학과에 진학하면서 해군 장교의 길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해군뿐 아니라 공군, 해병대 군장학생 전형에도 합격했지만, “아버지의 유지를 잇고 싶다”며 해군을 선택했다.
2025년 3월부터 시작된 해군사관학교 장교교육대대에서 11주간의 고된 훈련을 마친 김 소위는 이날 동기 244명(여 57명 포함) 및 해병대 후보생 123명과 함께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행사에는 강정호 해군교육사령관, 최원일 전 천안함장, 그리고 김 소위의 가족이 참석해 각별한 감회를 나눴다.
김해나 소위는 임관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형 호위함으로 다시 태어난 천안함에 꼭 근무해, 아버지께서 지켰던 그 바다를 지키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꿈’을 심어주신 분이며, 항상 제 곁에 계신다고 믿습니다.”
김 소위는 전투복을 처음 입던 날의 벅찬 기억과 훈련 중의 고비를 언급하며, 그 모든 순간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신적 유산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날 해상에는 대조영함 등 주요 해군 전력이 배치되어 임관식의 엄숙함을 더했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헌신을 맹세하는 젊은 장교들의 의지 속에, 천안함의 아픈 역사가 새로운 희망과 책임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천안함 46용사의 피는 바다에 머물지 않았다. 김해나 소위의 선택은 그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역사의 상처를 딛고 국민과 조국을 위한 새 길을 연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바다는 기억보다 깊다. 그 바다를 이제, 딸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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