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공감맛집] 어제도 싸우고 오늘도 화해했습니다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요 진단을 받고, 갑작스러운 수술과 입원을 치른 뒤 이틀 만에 집에 온 날이었다. 배꼽에 작은 구멍을 내고 자궁 내 절제가 필요한 부위를 손톱만큼 제거하는 수술이라고 했다. 그러니 고통도 손톱 정도일 거라고 단순하게 계산했는데. 역시나 어리석은 기대였을 뿐. 돌아온 집에서, 난 겨우 엉거주춤 서서 집안을 천천히 어슬렁거릴 수 있을 뿐이었다.

 

 

예상에 없던 수술에 예상에 없던 고통까지. 그걸 겪으며 가장 염려했던 건, 나 자신보다는 아이였다. 그 어린 것이 엄마의 뜬금없는 부재와 엄마의 전 같지 않은 몸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퇴원 전부터 마음은 아이를 향한 안쓰러움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막상 며칠 만에 본 아이는 의연한 모습으로 편안한 미소를 건넸고, 그 덕에 내 마음도 차분히 잦아드나 싶었다. 기어코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그 마음의 풍선이 하고 터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내 발작 버튼은 당신의 소극적인 육아야!

남편이 아이를 보는 동안 좀 쉬려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내가 수술하는 걸 유일하게 알고 있던 동네 친한 언니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로를 건네던 통화가 끝나갈 무렵, 난 자연스럽게 물었다. "강준이(언니의 아이, 내 아이의 친구)는 뭐해?" 그랬더니 마침 자기 아빠와 둘이서 우리 단지 놀이터로 마실을 떠났다는 거다. "이제 곧 도착할걸?"이란 응답을 듣자마자, "그럼 우리 애도 나가서 같이 놀면 좋겠다!" 라고 내심의 바람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정작 아이를 데리고 나갈 남편과 놀이의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미처 묻기도 전에 말이다. 물론 집에서 아이가 아빠와 신나게 놀고 있었다면 굳이 그러지 않았을 거다. 그때 아이는 남편이 틀어준 TV를 보고 있었고, 남편은 그 곁에서 졸고 있었다. 주말이면 루틴처럼 반복되던 장면. 나도 주말에 아이에게 TV 틀어주고 곁에서 쪽잠 자며 쉬고 그랬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번 주말은, 적어도 오늘만큼은! 며칠간 부모와 온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아이에게, 엄마나 아빠나 미안함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상태이지 않은가?!

 

 

"자기야, 애 데리고 나가서 놀다 와라!"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부부의 이심전심은 남편에겐 '자고 있으면 개도 안 건드린다'는 국룰을 깨버린 '배려 없음'으로밖에 전해지지 않은 듯했다. 남편은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 아이를 위해 나갔다 오면 안 되겠냐고 했다. 남편의 길어지는 침묵에 결국 참다못한 난, ", 알았어! 내가 나가면 되잖아!"라고 질러버렸다.

 

 

'부부의 존중'을 말하는 남편 VS '아이 먼저'를 말하는 아내

남편도 모르지 않았을 거다. 나가겠다는 내 말은 진심이 아니며 사실 그럴 수 있는 상태도 아니라는 걸. 일단 남편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날 말렸지만,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가까스로 나갈 채비를 하면서도 느릿느릿. 남편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아이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지연되자 이번에는 아이 얼굴에서 김이 새는 게 보였다. 결국 수가 틀려버린 아이는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엄마랑 가는 거 아니면 안 나가고 싶어!" 하고는 도로 집에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결국 모두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말았다. 강준이네에게 못 나가게 됐다는 문자를 보내고 돌아서는데, 깊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얼마간 이어진 남편과의 설왕설래. "그냥 애 생각해서 좀 나갔다 오면 안 돼?!" "그 전에 먼저 물어봤어야지! 내 의사는 안 중요해?!" 그 와중에 끼어들어 본인 입장 개진하는 5세 남아. 사실은 자기도 안 나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자꾸 나가라고 해서 싫었단다. 그래, 이제 잘 알겠으니까 다들 내 눈앞에서 사라져줄래?!!

 

 

문을 '쾅' 닫고 안방에 들어와서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괜히 투닥거리며 씩씩대고 있는데, 남편도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방문을 열어젖히곤 쏘아붙였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 우리가 나가는 걸 왜 자기가 결정하냐고?!" 그럼 집에서 TV만 보게 할 거냐고. 먼저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아이를 생각해서 그냥 움직여줄 수는 없는 거냐고. 되받아치고 싶었지만, 정작 내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불현, 내가 왜 이토록 화를 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데에는, 진정 누군가의 절대 잘못이 있었던 걸까?

 

 

폭풍우가 지나고 침묵에 빠진 집. 고요한 방에서 홀로 침대에 몸을 기대는데, 그제야 비로소 '아까부터 내내 쉬고 싶었구나. 이렇게 조용히…' 하는 자각이 의식의 저변 위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그래서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오기를 바랐던 거다. 그게 관철되지 않자 평소보다 과하게 실망한 거고 말이다. 한편 남편은 또 남편대로 이틀간 아이를 홀로 돌보느라 피곤했을 테고, 그 와중에도 내려놓지 못했을 아내 걱정을 그제야 좀 내려놓고 쉬고 싶지 않았을까?

 

 

서로가 서로를 미워해서도 싸우지만, 서로가 더없이 서로를 위함에도 싸울 일이 생기는 게 오묘한 인간의 관계다. 아마도 그 결정판이 부부 사이지 않을까 싶다. 남편은 분명 자기가 존중 받기를 바라는 만큼, 언제나 아내인 날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사람이다. 나 또한 아이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고 말이다. 그런 남편을 둔 나도, 그런 엄마를 아내로 둔 남편도, 서로에게 감사할 일이 참 많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꼭 한 번씩은 서로 씩씩대며 싸우고야 마는 게, 오묘한 부부의 삶이고 말이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남편과의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사이에서 눈치 보는 아이를 보면서는 두 번 다시 싸우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결단코 내가 먼저 사과하고 싶지는 않다는 오기가 꼿꼿히 처든 머리를 수그릴 줄 몰랐다. 그러다 맞이한 남편의 퇴근 시간. 어느새 말캉해진 남편의 눈빛에, 내 말투도 전에 없이 말랑해진다. 결국 저녁상에 앉자마자, 우리는 서로에게 차분한 언어로 사과를 건넸다. "어젠 내가 잘못했어. 당신 아픈데…" "나도 잘못했어. 내가 쉬고 싶어서 그랬나 봐. 강요해서 미안해." 그러자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도 화해의 장에 동참한다. "엄마 아빠, 나도 미안했어."

 

 

부부의 삶은 '건강하게 싸우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다

부부로 살아간다는 건, 건강하게 싸우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건강하게 싸운다는 건 뭘까? 내가 지금껏 부부로서 싸워오며 터득한 바로는 이렇다. '서로에게 허심탄회할 것' '상대의 지적을 고까워하지 말 것' '나와는 다르더라도, 상대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인정할 것' '사과는 늦지 않게, 분명한 언어로 할 것' 그렇게 우리는 어제도 싸우고 오늘도 화해한다. 부부로서 부모로서 한 가족으로서, 그렇게 한 발짝 또 성장한다.




 

K People Focus 김지원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 2025년 현재, 5세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엄마입니다. 국문학과 국어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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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6.28 16:47 수정 2025.06.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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