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 이 짧은 문장은 하루 만에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만들었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을 극단으로 몰아넣었다. 2025년 6월 22일, 이란 의회가 통과시킨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은 단순한 지역 뉴스가 아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흐름의 '혈관'을 조이겠다는 엄포이자 미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다.
이번 결의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정밀 타격한 직후, 이란 의회는 정치적 응수로 ‘전략 해협의 폐쇄’를 의결하며 강경 노선을 채택했다. 세계 경제는 단숨에 불확실성에 휩싸였고,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결의의 실체와 실현 가능성, 그리고 그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실행'이냐 '상징'이냐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천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의 해상 원유 수송로다. 세계 석유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해협 봉쇄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의회라는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 봉쇄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이번 결의는 정치적 압박 카드일 수 있다. 미국과 국제 사회를 향한 ‘경고 메시지’이자, 국내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내치용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는 지금 '봉쇄 공포증'에 빠졌다
이란 의회의 결의안 발표 직후, 국제 유가는 폭등했다. 브렌트유는 10% 이상 상승했고, JP모건은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자 전 세계 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은 그 영향권 한복판에 있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되면 유류비 상승은 물론, 물류, 제조, 소비 전반에 걸쳐 충격파가 퍼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정유업체와 수입 물류 회사들은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국제 사회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은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가동 중이다. 사태가 확산되면 UN 안보리 회부와 국제적 제재 공방도 배제할 수 없다.
위기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란이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해 의도한 효과는 무엇일까? 핵심은 ‘지정학적 영향력’ 회복이다. 미국의 압박에 밀리던 국면에서, 호르무즈라는 ‘레버리지’를 다시 전면에 내세워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해협 봉쇄는 이란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봉쇄가 현실화되면, 미국뿐 아니라 에너지 의존국이 대거 반발할 것이고, 이란 경제는 국제 금융망에서 더욱 고립될 수 있다. 2012년의 제재 국면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높다. 이란이 진정 봉쇄 카드를 꺼내든다면, 이는 단기적 외교 승리를 위해 장기적 국익을 희생하는 전략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첫째, 다변화된 에너지 수급 전략이 시급하다. 둘째, 중동 안정화 외교의 재가동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수입국은 비상 대응 매뉴얼을 넘어, 중장기적 에너지 독립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호르무즈의 총성 없는 전쟁, 우리는 준비돼 있는가?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터다. 이란 의회의 결의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 세계 경제에 실질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파국’의 서막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반응이 아닌 전략적 대응이다.
이란은 봉쇄라는 극단적 선택 앞에서 국제적 고립과 경제 자멸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 한국은 이 위기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외교 전략을 얼마나 재정비할 수 있을까?
이 위기가 단순한 ‘이란-미국의 갈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기에, 우리 모두가 이 흐름을 주시해야 할 이유다.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