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뉴스핌]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광고 축제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하 칸 광고제)' 현장에서는 "차세대 블록버스터 광고가 과연 알고리즘에 의해 구상될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글로벌 광고대행사 하바스(Havas)가 AI 기술을 접목한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reative Suite)'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며, 광고 제작 방식의 혁명적 전환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AI가 생성하는 스토리보드부터 다국어 광고 문구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하바스는 자사가 창조적 혁신의 정점에 서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광고업계는 지난 수년간 AI 기술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작성하는 챗봇이나 미디어 구매를 최적화하는 예측 분석 등이 활용되었으나, 핵심적인 크리에이티브 결정은 대부분 인간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광고 지출액은 7,000억 달러(약 960조 원)를 넘어섰지만,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회적으로 브랜드들은 캠페인의 진정성과 제작 규모의 효율성 사이에서 고심해왔으며, 소비자들은 독창적인 콘텐츠를 갈망하는 반면 마케터들은 다변화된 글로벌 시장에 걸쳐 신속한 캠페인 자산 제작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칸 광고제에서 하바스가 공개한 AI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은 세 가지 핵심 모듈로 구성된다:
* AI 스토리보드 생성기: "친환경 러닝화"와 같은 간략한 기획안을 입력하면, 촬영 장면 설명이 포함된 30프레임 분량의 영상 개요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 실시간 성과 예측기: 페이스북, 틱톡, 프로그래매틱 광고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광고 소재가 거둘 성과를 시뮬레이션하여, 수 분 내에 예상 참여율 상승폭 등의 데이터를 제시한다.
* 다국어 카피 최적화기: 정교한 감성 분석을 통해 브랜드 고유의 메시지 톤을 유지하면서, 20개 언어로 핵심 광고 문구를 번역하고 각 문화권에 맞춰 현지화한다.
하바스의 최고 혁신 책임자(CIO) 마리 뒤부아(Marie Dubois)는 "우리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마치 초능력과 같은 도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 고유의 창의적 영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구상 과정을 더욱 강력하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 및 관련 데이터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6년까지 전체 광고 대행사의 40%가 핵심 업무 과정에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10% 미만에 불과한 수치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애드테크(AdTech) 전문기업 스트래티파이(Stratify)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톰 캠벨(Tom Campbell)은 "이러한 AI 도구들은 창의성의 문턱을 낮춰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AI가 세심하게 관리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상투적인 표현을 반복 학습하여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며, "광고 대행사들은 AI 활용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를 철저히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닐슨(Nielse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기술을 보조적으로 활용한 광고 캠페인은 시장 출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평균 30% 단축하고, 소비자 참여율을 평균 12%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바스의 AI 솔루션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 역사적 변곡점: 광고업계는 1990년대 디지털 편집 기술 도입이 가져온 혁신과 유사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아이디어 발상 과정 자체가 부분적으로 기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 경제적 파급력: 아이디어 구상의 신속화와 정교한 현지화 광고 문구 제작은 대규모 글로벌 캠페인 진행 시 막대한 제작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사회문화적 함의: AI가 제작하는 광고 콘텐츠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소비자들이 알고리즘 기반의 창의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용하게 될지, 그리고 이것이 광고의 감성적 공감대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만약 하바스의 실시간 성과 예측기가 높은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한다면 – 예를 들어 특정 광고 소재에 대해 클릭률(CTR) 15% 상승을 예측할 경우 – 광고주들은 기존의 분기별 예산 조정 방식에서 벗어나, 일일 단위로 캠페인 성과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예산을 최적화하여 재분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운영상의 민첩성 확보는 광고 산업 전반의 투자수익률(ROI) 평가 기준을 새롭게 정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향후 전망으로는, 이번 하바스의 AI 기반 솔루션 출시가 WPP,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 옴니콤 그룹(Omnicom Group) 등 글로벌 광고 시장의 주요 경쟁사들로 하여금 유사한 AI 서비스 개발 및 출시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광고 대행사들이 AI 기술 도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계가 생성한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서 각 브랜드가 어떻게 자신만의 차별화된 정체성과 목소리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과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전체 광고 캠페인의 초기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진정한 가치는 인간이 AI라는 강력한 협업 도구에게 '어떤 종류의 창의적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고심하고 결정하는 역할에 있을 수 있다는 성찰을 남긴다.
결론적으로, AI 기술 기반의 다양한 도구들은 이미 우리 생활과 산업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그 기능은 앞으로 더욱 정교하고 강력해질 것이다. 광고업계 종사자라면 지금이야말로 이러한 AI 기술을 업무에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적용하며, 동시에 AI 활용에 따른 윤리적 문제 및 콘텐츠 독창성 확보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창의성'의 본질적 의미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AI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적극 수용하되, 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연결고리로 완성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통찰력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차세대 광고 스토리텔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핵심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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