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책의 성공은 단순히 정책 내용의 우수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이해받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누가, 무엇을, 어떤 채널로, 누구에게, 어떤 효과로 전달하느냐의 문제는 이제 민간부문을 넘어 공공부문, 특히 정책 영역에서도 핵심적인 의미를 갖는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정책 내용을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이제 정책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의 기획과 집행만큼이나 소통과 홍보가 중요해진 시대, 우리는 정책 PR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앞으로 몇 차례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정책 PR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실천적인 개선 방향성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짚어볼 지점은 정책 단절과 연속성 문제, 그리고 브랜드 정책의 구조적 한계다.
한국 정치에서 정권교체는 곧 정책 교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폐기되거나 대폭 수정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여기서 특정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브랜드 정책의 단절 현상은 정권교체의 문제를 넘어 한국 정치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책의 지속성은 단순히 정치적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기억과 조직 학습의 결과다. 그런데 ‘제도적 기억의 단절’과 ‘정책학습의 실패’와 같은 현상은 매 정권에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마치 조직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사라지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 정부와의 정책 단절에 대한 정치적 유인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권은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추구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정책의 객관적 효과성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우선시되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국가적 과제 해결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브랜딩의 도구로 전락하기 쉽다.
이러한 정책 단절의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 존엄성 실현’이라는 정책학의 본질적 목표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정책은 결국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도구여야 한다. 이는 정책 PR이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민주적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로 기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민주적 거버넌스 관점에서 정책 PR은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첫째는 정보 제공과 투명성 확보다. 시민들이 정책에 대해 충분히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참여와 소통의 플랫폼 역할이다. 정책 PR은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시민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정책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책 단절의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때부터 반영되어야 할 원칙들이다.
첫째, 장기적 정책 프레임워크의 구축이다. 정권 초기부터 정책의 중장기적 비전과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여 차기 정권에서도 계승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특정 정권의 고유 브랜드보다는 국가적 과제 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정책을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둘째, 증거기반 정책평가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정치적 색채와 무관하게 효과적인 정책은 계승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책의 성과를 객관적 데이터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 시민들이 정책에 대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책 브랜딩 시 특정 정권의 고유 색채보다는 국가적 과제 해결이라는 초정파적 관점을 강조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된다. 정책명에 정권의 상징을 담거나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기보다는, 정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정책 PR은 이제 단순한 홍보 활동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시민들이 정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참여하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기본 조건이다.
앞으로의 칼럼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책 PR의 구체적 개선 방안들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정책 단절의 악순환을 끊고,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을 위한 정책 소통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우리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김민석
행정학박사(수료)
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WAESG) ESG경영전략연구소 부소장
한국PR협회 ESG이사
산업통상자원부 2030자문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