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공처 : 생생투데이 / 등록기자: 박성준 기자 [기자에게 문의하기]  0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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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특성화 지역으로 선정된 반촌 지역,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바쁜 일상과는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이곳에, 아이들의 집중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공간이 있다. 그 이름도 특이한 ‘페스티나 영어교습소’. 외관은 수수하고 단정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 작은 공간이 결코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여느 학원처럼 교재를 넘기고 문제를 풀며 시간을 때우는 교실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영어라는 언어’를 체득해가는 배움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박재욱 원장이 있다. 학원이라는 단어보다 ‘교육 공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곳에서, 박 원장은 결과보다 과정을, 스피드보다 정확성을 추구하는 독특한 철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Q. 학원 이름이 무슨 뜻인가요?

A. “페스티나 렌테” 서둘러라 천천히 라는 뜻으로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즐겨썼던 말 입니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성급함은 금물이되, 부단히 옳은 길로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재욱 원장이 영국 로스쿨 유학시절 가족과 함께 떠난 이탈리아 배낭여행에서 피렌체 어느 카페 에서 읽고 가슴에 와 닿아 마음에 새긴 문구였습니다. 당시엔 좋은 뜻이구나 하고 노트에만 적어 놓았을 뿐이었지요. 또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인상 깊게 보았던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갈림길에 앉아있던 소녀에게 한 사내가 묻습니다. 성으로 가려면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이니? 소녀는 대답합니다. 빠른 길을 알려줄까요? 느린 길을 알려줄까요? 사내는 당연히 빠른 길을 말해다오 라고 말했고, 소녀는 대뜸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세요. 큰 길을 따라 가니 금세 성벽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성문이 굳게 잠겨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는 수 없이 성벽을 올라타다 자꾸 미끄러져 포기한 채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왔습니다. 소녀에게 다시 물었죠. 성벽으로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하니? 소녀는 느린 길은 이쪽이에요 라고 대답 했어요. 소녀가 알려준 느린 길은 숲으로 나있는 오솔길이었어요. 느린 길을 따라 개울가와 나무 구경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다 보니 어느새 성벽 안까지 들어와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 스토리의 교훈은 모두가 향하는 빨리 가는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고 느리지만 자신만의 길을 가다 보니 어느새 본인이 목표한 바를 가장 빠르게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탈리아 여행 중 알게 된 서둘러라 천천히, “‘페스티나 렌테”의 사전적 의미에 소녀의 느린 길, “삶의 교훈”을 더해 저희 학원의 교육 이념과 학원이름이 정하였습니다.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 서둘러라 천천히." 그는 이 교습소의 이름에 자신의 교육 철학을 담았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학원 시스템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본질적인 이해와 성장에 집중하는 길을 선택한 박 원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박재욱 원장이 영어 교육에 몸담은 지는 어느 덧 10년이 넘었다. 처음엔 그도 많은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문제를 풀고, 시험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는 점점 더 깊은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 페스티나 영어교습소,페스티나 렌테 영어교습소 내부 전경  © 페스티나 영어교습소,페스티나 렌테 영어교습소

‘왜 어떤 아이는 끝까지 영어를 어려워할까?’ ‘왜 똑같은 수업을 듣고도 실력의 차이가 나는 걸 까?’ ‘나는 진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고 있는 걸까?’ “영어 교육의 본질이 뭘까, 계속 고민하게 됐어요. 그냥 단어 외우고 문법 몇 개 안 다고 영어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진짜 영어를 ‘이해’하게 하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결국 결심했 다. 누군가 정해놓은 방식이 아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그렇게 언양이라는 지역에 조용히 문을 연 것이 바로 ‘페스티나 영어교습소’다. 이름부터가 그가 꿈꾸는 교육의 방향을 상징한다. 박재욱 원장의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은 학생이라면, 단어 뜻을 묻는 문제를 외워서 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의 수업에서는 '정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 이다. 바로 ‘왜 그렇게 해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명이다. 

“저는 아이들이 단어 하나를 해석하더라도 근거를 가지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품사, 문장 구조, 접속사 위치, 동사의 시제까지. 모든 것이 그 문장의 의미를 결정하니까요.” 그는 단순한 해석 연습이 아니라, 문장 구조를 분석하는 훈련에 초점을 둔다. 명사절인지 형용사절인지, 주어와 동사의 위치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을 이해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연습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문법과 독해의 원리를 체득하게 된다. “해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그런 연습이 쌓이면 나중에는 긴 문장도 무서워하지 않게 되죠.” 이러한 방식은 아이들의 사고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영어는 더 이상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하나의 논리적 도구가 된다.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 그것이 곧 ‘영어 실력’이라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많은 학원들이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학생을 끌고 간다. 초등 고학년이면 이 교재, 중1이면 이 단원. 하지만 박 원장은 그 반대다. 학생의 현재 수준을 기준으로 커리큘럼을 조정한다. 아이마다 부족한 부분은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 개념이 안잡힌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결국엔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문제 푸는 요령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페스티나에서는 ‘되돌아가는 수업’이 흔하 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이라도, 문장 구조 개념이 부족하면 초등 고학년 수준의 문장부터 다시 짚는다. 아이는 당황하지만, 금세 실력이 붙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때 생기는 원칙적인 성취 감이 아이의 학습 동기를 되살린다.

“영어는 원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언어예요. 그걸 무시하고 성과만 조급하게 바라보면, 아이도 교육자도 결국 지치게 됩니다.” 박재욱 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이다. 그가 말하는 영어 교육은 단순히 점수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하고 믿게 만드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건 영어 자체보다, ‘나는 영어를 못해’라는 자기 인식 이에요. 이걸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죠.” 그래서 그는 칭찬도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 정확히 어떤 사고 과정을 통해 해석 했는지, 문장 구조를 얼마나 잘 분석했는지를 꼼꼼히 피드백하고,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구체적으로 인정해준다. “틀려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그 아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함께 보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박 원장이 언양에 교습소를 연 것은 단순한 창업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학창 시절을 지방에서 보낸 경험이 있다. 도시 중심의 정보, 입시 전략, 교육 자원에 서 소 외된 지역 아이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언양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에요. 그런데 그 열정에 비해 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정말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제대로 된 학습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규모 보다는 밀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매달 늘어나는 학생 수보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학생 한 명의 변화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영어를 통해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박 원장이 이 교습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인터뷰 말미,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금처럼, 한 명 한 명의 아이와 함께 생각하고, 느끼고, 성장하는 교실을 꾸려가고 싶어요. 그게 가장 어렵지만,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니까요.” 페스티나 영어교습소는 빠르게 성과를 내는 교육 기관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 아이들은 단단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영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리고 박재욱 원장은 그 과정을 함께 걸어 가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