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개인 비서처럼 최적의 상품을 탐색하고, 가격 협상부터 주문 관리, 최종 구매 결정까지 대행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 기술 기업 티에토에브리 뱅킹(Tietoevry Banking)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35년까지 AI 에이전트가 유럽연합(EU) 전체 전자상거래 매출의 약 12%에 달하는 1910억 유로(약 280조 원) 규모를 처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소비, 판매, 규제 방식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단순 규칙 기반에서 학습형 에이전트로의 진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다수의 '쇼핑봇'은 정교한 검색 플러그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오늘날의 AI 에이전트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실시간 데이터, 추론 능력, 그리고 다양한 마켓플레이스와의 통합 기능을 결합하여 작동한다. 이는 가격 비교, 판매자 신뢰도 평가, 심지어 사용자의 개인 일정에 맞춰 배송 시기를 최적화하는 능동적인 디지털 개인 쇼핑 비서의 출현을 의미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는 주문량 증대, 구매 결정 시간 단축, 그리고 소매업체가 AI 기반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1910억 유로가 시사하는 시장 변화
해당 보고서가 제시한 1910억 유로라는 전망치는 결코 가볍게 볼 수치가 아니다. 분석가들은 2035년 EU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1조 6천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12%가 자율 AI 에이전트를 통해 거래된다면 기업들은 초효율적인 'AI 주도' 시장 세그먼트에 적응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 절약, 가격 경쟁력 확보, 맞춤형 상품 추천 등의 혜택이 기대되지만, 소규모 판매자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AI 에이전트 알고리즘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형 유통업체에 유리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의 심층 분석
유럽경영대학원의 엘레나 로시 교수는 "AI 에이전트가 규제 없이 확산될 경우, 극단적인 구매자 우위 시장을 형성하여 기업들의 수익성을 한계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며, "데이터 접근에 대한 공정한 사용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반면, 티에토에브리 CEO 야네 유보넨은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는 소매 유통의 민주화를 촉진하여, 모든 소비자가 과거 대기업 수준의 구매 시스템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했던 프리미엄 거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회적·규제적 파급 효과
파리와 같은 일부 유럽 도시에서는 이미 지역 AI 에이전트가 탄소 중립 배송을 위해 주문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쇼핑 존'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 활동가들은 이러한 에이전트가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검색 이력, 결제 프로필, 생체 인식 구매 인증 등)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은 향후 금융 분야의 투자자문업자 등록 제도와 유사하게,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협상할 경우 해당 사실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통계로 본 미래 전망
* 2035년까지 EU 전체 전자상거래의 12%(1910억 유로)가 AI 에이전트 주도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 티에토에브리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소매업체들은 6개월 내 장바구니 포기율이 평균 25% 감소했다.
* 2025년 모닝 컨설트 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EU 소비자의 60%가 일상적인 구매를 AI에 "확실히" 위임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한 개별 소매업체 간 경쟁을 넘어, 플랫폼 단위의 AI 생태계가 소비자의 디지털 지갑 '인지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한다.
향후 전망: 인간 쇼핑객의 주도권은 유지될 것인가?
자율 AI 에이전트가 더욱 고도화됨에 따라, 인간의 역할은 능동적인 구매자에서 예산 상한선 설정, 윤리적 기준(예: 친환경 제품만 구매) 적용, 반품 관련 불이익 조항 설정 등 전반적인 구매 과정을 감독하는 관리자로 변화할 수 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전망이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리의 필요를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되기 전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위임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소비 패턴을 주도하기 시작하는 시대에, 상거래의 미래는 첨단 AI 기술뿐만 아니라 규제와 윤리적 기준에 의해 더욱 중요하게 정의될 것이다. 우리의 쇼핑 주도권을 AI에 넘길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의 편의성과 AI의 자율성이 공존하는 미래에서, 균형 감각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